"부스터샷 멈춰달라" 호소에도… 3차 접종 강행하는 선진국

입력
2021.08.06 10:31
수정
2021.08.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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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스라엘 북부 도시 키르아트시모나에서 한 남성이 부스터샷을 맞고 있다. 키르아트시모나=EPA 연합뉴스

1일 이스라엘 북부 도시 키르아트시모나에서 한 남성이 부스터샷을 맞고 있다. 키르아트시모나=EPA 연합뉴스

“의미 없는 탐욕”이란 비난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접종을 한 달만 미뤄 달라”는 호소도 소용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놀란 선진국들은 자국민 안전을 위해 3차 접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안 그래도 백신을 싹쓸이한 부국(富國)들이 ‘삼중 방어’까지 시작하면서 지구촌의 ‘백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한층 더 심화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식품의약국(FDA) 관계자를 인용, 보건당국이 이르면 다음달 초 부스터샷(추가 접종)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한 사람,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등 접종 시일이 한참 지난 사람에 대해선 빠른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때문에 신속한 접종 계획 발표를 추진 중이라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면역 취약층은 현재 접종만으론 충분히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작업(부스터샷 검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3차 접종에 돌입한 이스라엘은 자국의 이런 정책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페이스북 중계 연설에서 “우리가 없다면 (부스터샷의) 정확한 효능 수준을 알 수 없고, 그것이 코로나19 감염과 중증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세계를 위해 엄청난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런 책임을 지고 사안을 주도하는 것에 모두가 기뻐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선제적 3차 접종이 각국의 코로나10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도 이르면 다음 달에서 내년 초 사이, 부스터샷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공급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부스터샷 시행을 최소한 9월까진 멈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들 국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 80% 이상이 세계 절반도 안 되는 고·중상위 소득 국가에 돌아갔다”며 3차 접종 유예를 호소했다. 지난달에는 부스터샷을 겨냥해 ‘기괴하다’고 일갈하기까지 했다.

선진국들의 ‘자국 우선주의’에 지구촌 백신 불균형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에선 1차 백신 접종률조차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 국가가 대부분이다. 만일 선진국들이 추가 접종 목적으로 ‘백신 싹쓸이’에 나설 경우, 백신 빈국(貧國)들의 처지는 더 힘들어지게 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성장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 국가로선 저성장 양극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단 의미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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