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혹은 친미, 딜레마에 놓인 이라크 총리

입력
2021.08.08 10:00
수정
2021.09.02 14:27
25면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지난 7월 26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와 회동하고 연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 임무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2001년 9·11 테러로 시작된 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한때 병력의 완전 철수가 추진되었지만 ISIS와의 전쟁을 위해 재차 파병되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미국의 중동 정책 역시 많이 변화되었다. 오늘날 미국은 중동 문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꺼리고 있다.

바이든의 중동 지역 군사적 개입 회피는 이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잇는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회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모두 중동 갈등 연루를 줄인다는 워싱턴의 전략적 노선이 반영되었다. 복잡한 중동 갈등의 수렁에 빠지지 않겠다는 태도는 미국인들의 여론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미국인들은 국내 문제를 제쳐 두고 중동 이슈에 왜 휘말려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여기에 오늘날 미국 외교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부상에 맞서기 위해서 중동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 선언은 올해 10월 10일로 예정된 총선 일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카디미 총리는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와 시아파 정치 세력들로부터 미군 철군을 이끌어내라는 압박에 시달려 왔다. 대표적으로 시아파 정치인 하디 알 아미리가 이끄는 파타 동맹은 미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한다. 여기에 바이든은 10월 선거로 카디미 총리가 물러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디미 총리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선거를 앞두고 전투임무 종료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런데, 미국의 대(對)이라크 정책은 아프가니스탄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미군의 완전 철군을 추진한 아프가니스탄과 달리 이라크에서는 훈련과 자문, 정보 제공과 같은 비전투 임무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현재 주둔 중인 2,500명의 미군 가운데 얼마나 이라크에 잔류하게 될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따라서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정파들은 전투임무 종료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훈련과 조언이라는 명목하에 이라크에서 점령군이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20년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훈련시킨 결과를 살펴보라고 말한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탈레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을 빗대면서 미군에 의한 이라크 정부군 훈련 역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임무를 변경하여 미군이 잔류할 것이 아니라 이라크 영토에서 완전히 떠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카디미 총리는 앞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으로 이라크 내 친이란 정파들로부터 제기되는 미군의 완전 철수, 나아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라는 압박에 대처해야 한다. 비록 비전투 임무로 변경했다 하더라도 이라크 미군 기지를 노리는 공격 발생이 멈추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모처럼의 정상회담으로 구축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도움 없이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된 이라크 경제를 복구하거나 ISIS의 재건을 철저히 차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과 멀어지라는 요구 속에서 어떻게 미국과 가까워질 수 있는가? 이것은 바이든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정부가 해결해야 할 딜레마로 여전히 남아 있다.

김강석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대체텍스트
김강석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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