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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원과 특권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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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정부가 운영하는 원로 예술인 지원기관인 대한민국예술원(정원 100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회원 후보자 선출, 회원 선정까지 모두 기존 회원이 결정하는 폐쇄성에 대해 문화ㆍ예술계에서 간간이 비판이 나오긴 했지만 최근에는 예술원 개혁 문제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오르는 등 공론화되고 있다.
□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중견 소설가 이기호(49)씨가 최근 한 문예지에 발표한 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곪을 대로 곪은 예술원(문학 분과)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그는 보고서 형식의 이 소설에서 매달 지급되는 180만 원의 정액연금 등 과다한 회원들의 특권을 집중적으로 꼬집는다. 회원 대부분이 대학교수를 지내 상당한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아르코청년예술가 지원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올해 2,172건 중 108건만 선정되는 등 코로나19 이후 젊은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부조리도 이런 부조리가 없다. 이 밖에도 상금이 1억 원인 예술원상 문학부문 금년도 수상자로 예술원 회원 김원일(79)씨의 동생인 김원우(74)씨가 선정된 일, 미술부문 수상자로 준재벌인 한미약품 그룹 회장 송영숙씨가 선정된 데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 후배 작가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소설가 이순원(63)씨가 예술원 회원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언론 기고를 통해 ‘특권이 아닌 세금범죄’라며 비판했고, 소설가 김도언(49)씨도 SNS에서 (김원우 작가의 수상에 대해) “재화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어찌 작가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쓴소리를 하는 등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 예술원은 1954년 반공성향 문인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이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이승만 정권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탄생의 원죄'가 있다. 정치로부터 예술의 독립성 확보가 지난 세월 예술원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였다면 이제는 ‘공정’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에 직면해있다. 사회적 압력에 따른 마지못한 개혁이 아니라, 회원들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 진정 ‘원로’다운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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