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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능가하는 민주당의 언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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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할 것이라는 언론 단체와 학계의 반발에도 8월 국회에서 단독 처리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징벌적 손배로 언론을 망하게 하겠다는 여당의 언론관은 재임 기간 내내 언론과 각을 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았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국민의 적’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백악관의 실상을 폭로한 책들이 나올 때마다 명예훼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대선 후보 때부터 “언론이 거짓기사를 내보내면 그들을 고소해 많은 돈을 배상하도록 할 것”이라며 명예훼손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미국에서 징벌적 손배제는 여러 분야에 적용되지만 공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엄격한 요건이 요구된다.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현실적 악의’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허위라는 것을 알았거나 허위 여부를 지나치게 부주의하게 무시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해야 손해배상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원고가 이를 입증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언론 자유를 확장한 역사적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명예훼손법을 개정하겠다는 트럼프의 언급은 바로 이 기준을 뒤집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와 대법원의 존재, 의회의 비협조 때문에 공염불에 그쳤다.
□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트럼프가 이루지 못한 소망을 담고 있다.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둬서 원고의 입증 부담을 없앤 것이다. 개정안은 언론사들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토록 해 미국에서 확립된 언론 자유의 중요한 기준을 허물었다. 트럼프의 언론 공격은 미국 대통령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미국 정치학자들은 이를 민주주의 위기의 중요한 징후로 여겼다. 더불어민주당은 트럼프조차 못 한 언론 자유 훼손을 시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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