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간판' 조광희 "아! 0.160초, 스타트 실수만 안 했더라면"

입력
2021.08.05 15:30
수정
2021.08.05 16: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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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 종목 마지막 올림픽, 결선 못 간 채 마무리
스타트기계 훈련 못하는 열악 환경 속
한국 카누 가능성 보여준 값진 성과
"아시안게임 3연속 金 목표로 다시 도전"

조광희가 5일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싱글 200m 준결승에서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조광희는 6위로 결승점을 통과해 최종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조광희가 5일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싱글 200m 준결승에서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조광희는 6위로 결승점을 통과해 최종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전광판을 봐야만 순위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찰나였다. 한국 카누의 간판 조광희(28·울산시청)는 5일 일본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1인승 200m 준결선에서 36초094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위 사울 크라비오토(스페인·35초934)와 0.160초 차이였다. 4명에게 주어지는 파이널A(메달 매치) 진출 티켓은 획득하지 못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 결선 진출'을 향한 조광희의 도전은 일단 마감됐다.

주종목 카약 1인승 200m로 치르는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200m 스프린트는 다음 올림픽때부터 세부 종목에서 빠진다. 경기를 마친 뒤 본보와 만난 조광희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번 올림픽 목표가 '결선에만 올라가자'였거든요. 결선만 가면 승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런데 너무 아쉽네요. 아, 실수만 안 했더라면." 말꼬리를 흐렸다. 스타트에서 실수가 나왔다. 다른 선수들보다 출발이 늦어버린 조광희는 따라잡고야 말겠다는 듯 물 위를 질주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조광희가 5일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싱글 200m 파이널B 경기를 마무리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와 코로나19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

조광희가 5일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싱글 200m 파이널B 경기를 마무리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와 코로나19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

한국의 카누 환경은 아직 열악하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타트 기계'가 설치된 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수 없다. 장비가 있긴 하지만 대회에서만 사용이 허용될 뿐, 대표팀 연습은 허락되지 않았다. 실전처럼 스타트를 연습하려면, 그냥 실전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의치 않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에 예정됐던 대회들이 속속 취소됐다. 지난 4월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 이후에도 2주 자가 격리를 했다. 몸도, 감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했다. 조광희는 "코로나19로 훈련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마음껏 훈련하지 못하고 나온 올림픽이어서 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조광희는 이번 올림픽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뤘다. 한국 선수 중에선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따냈고, 2라운드에서 자신의 대회 최고기록인 35초048로 결승선을 통과, 조 1위로 나가며 당당하게 올림픽 2회 연속 준결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쟁쟁한 유럽 선수들 사이에서 그리고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한국 카누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조광희는 파이널B에서 5위로 결승선을 통과, 최종 13위로 올림픽을 마쳤다. 그는 "최고 기록을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바꾸고 순위도 올려서 뿌듯하다"고 했다.

조광희의 눈은 이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스프린트 카약 1인승 200m로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다. 그는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약 이 종목에서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마지막 200m 대회다. 또 한 번 1등을 해서 3번째 금메달을 걸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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