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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두고 오르는 집값"… 주택연금 운용법은?

입력
2021.08.08 09:30
수정
2021.08.08 09:5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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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르면 어쩌지' 주택연금 가입 시기 고민?
여유 자금 없다면, 추가 지출 비용 늘어날 수도
향후 집값 보장 어렵고 하락 위험성도 고려해야
가입 후 올라도, 상승분 자녀에게 상속 가능

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자산 쌓기도 쉬워집니다.


집값 상승률이 매주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28%, 전세가격은 0.21% 상승했다. 전주 대비 각각 0.01%포인트 상승, 0.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약 20개월 전인 2019년 12월 말로 회귀했다.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집값 상승률이 매주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28%, 전세가격은 0.21% 상승했다. 전주 대비 각각 0.01%포인트 상승, 0.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약 20개월 전인 2019년 12월 말로 회귀했다.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 서울 서대문구 A 아파트(전용면적 84㎡)를 가진 자영업자 김모(63)씨는 올해 말 은퇴를 앞두고 주택연금 가입을 고민 중입니다. 양육비·사업 자금 등을 마련하느라 그간 노후준비가 부족했는데, 현재 가진 재산도 집 한 채밖에 없기 때문이죠. 예상 수령액을 알아보니, 지금 가입하면 한 달에 154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집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김씨네 아파트도 최근 3년 동안 4억 원대에서 7억 원대로 껑충 올랐습니다. 집값이 앞으로 1억 원만 더 올라도, 김씨가 받을 수 있는 월 지급액은 182만 원으로 월 28만 원 늘어납니다. 김씨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약 5,800만 원이나 더 받게 되는 셈이죠. 김씨는 “지금 같은 분위기면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다”며 “주택연금을 언제 가입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놓고 고민하는 은퇴(예정)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도권 집값이 연일 고점을 갈아치우고 있어서 가입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입 예정자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들도 몇 년 새 올라버린 집값을 바라보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집값 상승기, 현명한 주택연금 운용법은 무엇일까요.

집값 상승기, 주택연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택연금은 집은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은 부족한 노년층을 위해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매월 연금방식으로 노후자금을 지급받는 국가 보증 금융상품(역모기지론)입니다. 만 5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주택 공시가격 9억 원(시가 12억~13억 원 수준)까지 가입이 가능합니다. 2007년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가입자는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주택연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내가 죽을 때까지 한 달에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월 지급액은 나이가 많을수록, 집값이 비쌀수록 더 높게 책정됩니다. 그러나 나이가 적을 때 가입하더라도, 더 오랜 기간 월 지급액을 받기 때문에 개인 상황에 따라서 손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집값이죠.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해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추월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값은 12.97%나 올라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로 상승했죠.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른다면, 월 지급액도 더 늘어날 수 있으니 주택연금 가입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지금 여유 자금 없다면, 가입하는 게 유리

실제로 집값이 크게 오른다면 나중에 가입하는 게 이득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먼저 ‘집값이 오르는 기간에 여유 자금이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은퇴 직후 생기는 소득 단절에 대비가 안 됐다면, 은행 대출을 통해 생활비를 지출해야 하므로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집값이 오르길 기대했지만 최근 몇 년처럼 크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심지어 떨어질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죠. 은퇴 이후의 삶이 여전히 집값 변동에 노출된다면 안정적인 노후 생활에 지장이 될 수 있습니다.

매년 재산정되는 월 지급액을 보면, 현재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담보 주택가격이 5억 원으로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가입 시 월 244만 원을 받을 수 있었던 80세 A씨는 올해엔 5만4,000원(-2.2%)을 덜 받게 됩니다. 이는 재산정 주요 변수로 기대수명이 반영되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도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월 지급액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집값이 크게 올라 해지 후 재가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따져봐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3년간 재가입 제한과 그간 받은 월 지급액과 집값의 1.5%에 달하는 초기보증료를 반납해야 한다는 건데요. 보증료 등을 반납하고 해지했는데, 3년 후 재가입 때 집값이 하락하거나 그대로라고 하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으니 심사숙고 해야 합니다. 특히 향후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 아예 가입조차 할 수 없으니, 해지에는 특히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집값 올라도, 손해는 안 본다

향후 실제 집값이 크게 오른다고 해도 기존 가입자가 꼭 손해 보는 구조도 아닙니다. 연금 수령자가 사망하게 되면 주택을 처분한 뒤 연금액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자녀들에게 돌려주게 되는데요, 이때 집값은 ‘가입’ 시점이 아닌 ‘종료’ 시점에서 재측정됩니다. 결국 가입기간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자녀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많아지는 셈이죠. 반면에 집값이 하락해 연금액이 초과 지급되더라도 자녀에게 청구되진 않습니다.

최근에는 수령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지난 2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가입자가 본인 자금 사정 등에 따라 연금수령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했습니다. 자녀 결혼·의료비 등으로 가입 초기 지출이 많을 경우엔 ‘초기 증액형’을,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을 막고 싶다면 ‘정기 증가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 가입자도 상담을 통해 전환이 가능합니다.

전문가들도 현재 소득이 없어 노후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주택연금 가입을 권장합니다. 정인호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차장은 “은퇴 이후의 집은 시세 차익을 얻는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노후 안정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면서 생활비 대출 등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빨리 가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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