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견제 시작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때리기' 본격화

입력
2021.08.06 08: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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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등’을 향한 경쟁자들의 동시다발적 견제가 시작됐다. 먹잇감도 풍부하다. 1등이 각종 언행 실수로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선두를 공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추격자들의 노림수다.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다른 주자들 얘기다.

지금껏 윤 전 총장을 대놓고 공격한 야권 주자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거의 유일했다. 홍 의원은 ‘X파일 논란’이 불거지자 “유감스럽다”고 했고, 여당 유력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묶어 “한 분은 가족 욕설과 여배우 스캔들로, 또 한 분은 가족 스캔들로 논란의 중심이 됐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을 가급적 직격하지 않았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출산 대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출산 대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우선 같은 정치 신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관심을 끈다. 점잖은 이미지와 달리 ‘윤 때리기’만큼은 의외로 날카롭다는 평가다. 최 전 원장은 5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분열을 야기한 여러 가지 사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통합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치적 격변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신을 부각한 것이지만, 바꿔 말하면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관여해 한국사회를 두 동강 낸 윤 전 총장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뜻도 된다. 그는 전날 대선 출마 회견에서도 윤 전 총장의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을 겨냥해 “진의를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했다.

‘대선 재수생’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부족한 정책 비전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경제통답게 발언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논리적 모순을 까발리는 식이다. 그는 이날 저출생 해결 공약 기자회견에선 “양성평등을 실현하면 실현할수록 저출생 문제 해결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며 페미니즘과 저출생을 연결지은 윤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부정식품’ 언급으로 논란이 됐을 때에는 즉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법에 위배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후보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후보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 전 총장에 줄곧 호의적이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마저 이날 “전혀 준비가 안 된, 민심의 의구심과 함께 비호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원 지사 측 관계자는 “원팀 정신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대선 후보로서 자질 미달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개인플레이를 할 거면 왜 입당했나(하태경 의원)" “정책 비전을 공유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윤희숙 의원)” 등 나머지 주자들도 최근 들어 윤 전 총장의 허점을 적극 부각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저격수’ 홍 의원도 공격 강도를 한층 끌어올릴 채비를 마쳤다. 그는 이날 휴가 와중에도 페이스북에다 “한 분은 하시는 발언마다 갈팡질팡 대변인 해설이 붙고 진의가 왜곡됐다고 기자들 핑계나 대고, 또 한 분은 준비가 안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하고 있다”면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두 영입 주자를 동시에 깎아내렸다. 휴가가 끝나는 다음 주부터 홍 의원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아직 당내 견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며 겉으론 태연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1위 후보를 향한 경쟁자들의 정치적 공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선이 본격화하면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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