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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거부하고 절뚝이며 완주…올림픽 정신 보여준 선수들

입력
2021.08.05 17:00
수정
2021.08.05 17: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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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여자 7종 200m 경기에서 쓰러진 영국의 카타리나 존슨-톰슨이 다른 선수들 뒤에 주저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4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여자 7종 200m 경기에서 쓰러진 영국의 카타리나 존슨-톰슨이 다른 선수들 뒤에 주저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현장 곳곳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이 구현돼 감동을 주고 있다.

4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여자 7종 경기 중 200m 1조 경기. 영국의 카타리나 존슨-톰슨(28)이 곡선 구간을 달리다 쓰러졌다. 응급요원들이 휠체어를 들고 달려왔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고 다시 트랙 위에 섰다. 오른쪽 종아리를 다친 그는 고통을 참으며 절뚝 걸음으로 남은 트랙을 돌았다. 그는 7위 선수(25초57)보다 68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고 넘어지면서 주로를 벗어났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실격 처리됐다.

7종 경기는 100m 허들,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200m, 멀리뛰기, 창던지기, 800m 등 8개 종목에 걸쳐서 진행된다. 앞서 치러진 4개 종목까지 5위를 기록했던 존슨-톰슨은 이번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는 불참하게 됐다. 그럼에도 야후스포츠는 그의 완주에 ‘작은 승리이자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는 지난해 겪었던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을 극복하고 어렵게 이번 대회에 참가했기에 더욱 값진 완주였다.


응급요원들이 카타리나 존슨-톰슨에게 다가가 돕고 있다. AP 연합뉴스

응급요원들이 카타리나 존슨-톰슨에게 다가가 돕고 있다. AP 연합뉴스


휠체어에 앉기를 거부한 카타리나 존슨-톰슨이 아픔을 참으며 남은 트랙을 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휠체어에 앉기를 거부한 카타리나 존슨-톰슨이 아픔을 참으며 남은 트랙을 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서는 쓰러진 두 선수가 서로를 일으켜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400m 트랙 두 바퀴를 도는 경주의 막바지에 미국의 아이제아 주윗(24)이 속도를 높이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뒤를 따르던 보츠나와의 나이젤 아모스(27)와 뒤엉킨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달려나가는 동안 주윗은 드러누워 버렸고 아모스는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두 선수는 손을 내밀어 서로를 일으켰다. 미안하다는 말을 주고받은 그들은 나란히 트랙을 달려 결승선을 통과했다. 주윗은 2분38초12, 아모스는 2분38초49를 기록했다. 1위 선수보다 1분 가까이 늦은 기록이었지만 다른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기 관계자들까지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두 선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후에 아모스는 심판들의 판독에 따라서 결승에 진출했다. 주윗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하루의 마지막에는 결국 영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일 도쿄 올림픽스타이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서 미국의 아이제아 주윗(왼쪽)과 보츠나와의 나이젤 아모스가 함께 쓰러졌다가 일어나 경기를 마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1일 도쿄 올림픽스타이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서 미국의 아이제아 주윗(왼쪽)과 보츠나와의 나이젤 아모스가 함께 쓰러졌다가 일어나 경기를 마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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