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바탕을 이루는 음색 현악기

입력
2021.08.05 20:00

ⓒ게티이미지뱅크


오케스트라 공연을 함께 감상한 지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했다. 왜 교향곡을 들을 때면 현악기 소리에 가장 먼저 현혹되는 걸까.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를 구분하는 것이 플루트와 바순을 구분하는 것보다 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학생들에게서도 종종 받는 질문이다. ‘직업인인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십분 공감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귀갓길 전철역 방향이 달라 완결하지 못한 내용을 여기에 덧붙인다.

오케스트라는 개성이 제각각인 악기들로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대형 음향집단이다. ‘관현악의 팔레트’와도 같아서 어떤 악기를 어떻게 선택하고 조합시키느냐에 따라 천변만화의 음색이 구현된다. 음악용어로는 관현악법 혹은 오케스트레이션이라 일컫는데 작곡가의 역량과 취향을 헤아리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은 인원수를 차지하는 그룹은 현악기군이다. 현대 오케스트라의 경우 그 비중이 전체 단원의 약 60%에 이른다. 사람 머릿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악보에서 가장 많은 음표를 템포의 구애 없이 능수능란하게 연주할 수 있다. 호흡으로 소리를 내는 관악 주자는 금방 숨이 차고 입술근육이 쉽게 풀리지만, 현악주자의 활은 오랜 시간 연주해도 지치지 않는다. 여러 음표를 흔들림 없이 연주할 수 있는 특성은 작곡가에게 크나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의 악기로 구성된 현악기군은 크기만 다를 뿐 악기의 모양과 구조가 같아 ‘바이올린 가족’이라 통칭한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악기는 사람의 몸을 닮았다. 실제 명칭도 인체를 연상케 하는데, 탄성이 높은 가문비나무로 울림을 일으키는 앞면은 ‘배(Belly)’라 불리고, 딱딱한 단풍나무로 악기를 지탱하는 뒤판은 ‘등(Back)’이라 칭한다. 줄이 감기는 ‘목(Neck)’ 부분도 사람의 몸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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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는 몸통의 크기가 크고 현이 길어질수록 음역이 낮아진다. 바이올린보다는 비올라가, 첼로보다는 더블베이스가 낮은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음색 자체는 동질적이다. 악기의 모양과 연주법이 같은 까닭이다. 비올라의 저음역과 첼로의 고음역, 이 두 음색을 분간하는 것이 종종 어렵게 느껴질 정도다. 오죽하면 같은 혈통의 ‘바이올린 가족’이라 묶이겠는가. 그만큼 현악기군의 소리는 서로 이물감 없이 섞여 풍성하게 어우러진다.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군의 동질성을 강화시키는 또 하나의 장치는 운궁법의 통일이다. 활을 아래로 내려 그을 땐 중력의 하중을 받아 짙은 소리가 나고, 위로 그을 땐 그보다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똑같은 선율을 연주하더라도 한 음마다 각 활을 그어 개개의 음을 강조할 수 있고, 아니면 활을 연결해 음을 그룹화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처럼 활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악상의 문맥이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

현악기군의 음색은 오랫동안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인간의 음성과 유사한 덕택이다. 말총으로 만든 활 털로 금속 현을 마찰해 소리를 내는 현악기 특유의 찰현 기법은 풍부한 배음과 표정으로 노래하는 사람을 모방한다. 그러므로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그윽한 음색이 만발한다. 반면 피아노처럼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타현악기는 현악기처럼 폐부를 찌르는 서정적 음색보다는 중성적 음색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악기군은 오케스트라의 핵심이자 바탕을 이루는 악기그룹이다. 특유의 동질적 음색 덕택에 작곡가는 바이올린에서 더블베이스까지 7옥타브의 넓은 음역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음표를 가장 빠른 속도로 오랫동안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잊지 말자.

조은아 피아니스트ㆍ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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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피아니스트ㆍ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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