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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건으로 몰락하는 美 ‘코로나 방역 영웅’… 쿠오모, 사퇴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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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제기된 앤드루 쿠오모(64) 미국 뉴욕주(州)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뉴욕주 검찰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최소 11명이며, ‘주지사’라는 직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쿠오모 지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동지들도 등을 돌리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대응으로 ‘코로나 방역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내년 ‘주지사 4선’ 도전은 물론,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자리도 꿈꾸던 그는 이제 사실상 몰락만을 눈앞에 두게 됐다.
3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165쪽짜리 수사보고서를 내고 “쿠오모 지사가 전ㆍ현직 주정부 공무원 9명을 포함, 11명의 여성을 성희롱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피해 사실을 고발한 여성 중 최소 1명에게 보복 조치도 취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쿠오모 지사의 언행은 두려움과 협박이 만연한, 적대적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쿠오모 지사한테 성희롱을 당했다”는 공개 폭로로 불거졌다. 최소 7명이 그의 범행 고발에 나섰는데, ‘집무실과 관저로 불러 강제로 키스하거나 성관계를 암시하는 질문을 했다’ ‘항공기 안에서 스트립 포커 게임을 제안했다’ 등이었다. 뉴욕주 검찰은 3월 독립수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을 수사했고, 연방검사 출신인 한국계 준 김(본명 김준현) 변호사와 앤 L. 클락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수사팀은 증인 179명을 인터뷰하고 증거 7만4,000건을 검토한 뒤 “피해 여성 11명의 증언을 신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김 변호사는 “각각 독립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패턴처럼 연관성을 보인다”면서 상습적인 성희롱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 내용은 꽤 충격적이다. 쿠오모 지사는 피해 여성에게 전화로 “외롭고, (너를) 만지고 싶다”고 말하는가 하면, 결혼을 앞둔 직원에겐 “왜 하느냐. 항상 이혼으로 끝나고 성욕도 감퇴된다”고 했다. 한 비서에겐 은밀한 곳에 문신을 새기라고도 했다. 제임스 총장은 “동의 없는 신체 접촉과 키스, 포옹,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 여성을 성희롱했고, 상당수는 젊은 여성이었다”며 “명백한 연방법 및 뉴욕주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뉴욕주 검찰은 쿠오모 지사를 기소하진 않을 방침이다. 민사적 성격이 짙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수사기관이 그를 기소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는데, 실제로 올버니 검찰은 그에 대한 별도 수사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쿠오모 지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보고서에 묘사된 것과 사실은 매우 다르다”며 “난 친근감을 표현하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를 표하긴 했지만, 성추행을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동지’인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오모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 주의회가 탄핵을 추진해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진실을 밝히려 일어선 여성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쿠오모는 뉴욕을 위해서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주 상원의원 63명 가운데 그의 사임을 요구한 이들은 최소 55명이다. 뉴욕 주의회는 필요 시 탄핵 절차도 밟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선 이로써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쿠오모 지사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에서도 쿠오모 탄핵 여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며 “이제 그는 집중포화를 홀로 견디면서 정치적 경력이 끝장날 위협에 맞서야 하겠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만약 그가 사임하지 않고 버틸 경우, 탄핵 절차는 이르면 9월 말이나 10월 초쯤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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