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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참고, ‘꿀 신혼’ 희생하며 훈련… ‘원 팀’이 해낸 여자배구 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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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결혼한 양효진(32)은 넉 달째 남편과 생이별 상태다. 꿀 떨어뜨리며 살아야 할 신혼이지만, 그는 남편의 응원 아래 올림픽을 위해 합숙과 대회에 참여하면서 꿀은 단지에 잠시 넣어두고 땀만 끝없이 흘렸다.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해 신혼생활을 반납한 채 선수단에서 정한 외출, 외박 금지 등 규칙을 모두 따른 그는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에서 터키를 상대로 블로킹 6개를 잡아내는 등 맹활약하며 한국의 세트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 극적인 승리에 보탬이 됐다.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취재진 앞에 선 양효진은 “신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올림픽에서 (강한 상대와)맞서려면 이렇게 견뎌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번 대회는 미련이 없을 정도로 준비가 잘됐다”며 ‘원 팀’으로 똘똘 뭉친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얘기처럼 한국 여자 배구의 극적인 4강 진출은 팀을 위한 모든 선수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또 라바리니 감독의 상대 분석을 높이 샀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상대 팀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마련했고, 그 전략에 따라 엄청난 훈련을 한 게 결과로 나온 것 같다는 게 양효진 설명이다.
실제 라바리니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신체 조건이 좋은 터키를 상대하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우선 서브를 잘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터키 경기를 분석해보니 패스 기술은 좋지만 공격 효율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고 며 승리 비결을 밝혔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김연경(33)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건 사실이지만, 천하의 김연경이라도 혼자서만 해낼 수 있는 일들은 아니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수지(34)는 서브가 강하고 박은진(22)은 블로킹이 좋다"며 "상대에 따라 누가 서브를 하고 서브를 받는지 경기 때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릎 수술 이후 통증을 참아가며 뛴 김희진(30), 고비마다 자신의 능력치를 극대화한 박정아(28), 세터 불안이란 과제를 스스로 풀어가고 있는 염혜선(30)까지 모든 경기 모든 순간 그간 갈고 닦은 팀워크가 발휘됐기에 가능했던 4강 진출이다.
이날 터키와의 8강전은 승부 자체도 극적이었지만, 승리 과정도 의미 있었다. 모든 선수가 출전해 거둔 승리인데다, 서브에서부터 고른 활약을 펼치며 상대 수비를 수시로 흔들었다. 승기를 잡은 2, 3, 5세트에선 상대가 역전을 노리던 찰나에 실책을 유도하거나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으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28점을 기록한 김연경 외에도 박정아가 16점, 양효진이 11점을 뽑아냈다.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 11-9까지 좁혀 온 터키의 공세를 끊어낸 김희진도 9득점을 올렸다. 김희진은 경기 후 다리를 절뚝거리며 눈물을 참지 못한 채 경기장을 나설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 모습이었다.
주장 김연경의 존재감은 이날도 대단했다. 경기를 마친 김연경의 목은 쉬어 있었는데, 항의를 많이 한 이유도 있다. 3세트에선 특히 듀스까지 가는 과정에서 심판의 아쉬운 판정 두 차례로 기세가 꺾일 수 있었지만, 김연경은 심판과 맞서고 스테파노 라바리니(42) 감독은 작전타임으로 상대의 상승세를 끊어냈다. 김연경은 “1세트부터 상대가 항의를 하면 (보상 판정을)잘 주는 것 같아 ‘항의가 통하는’ 심판 성향을 간파해 나도 어필을 했다”며 “생각하지 못한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결국 한국은 3세트에서 28-26 극적인 승부를 가져오고, 마지막 5세트까지 잡아내며 4강 진출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다. 김연경은 “생각이 많아져서 사실 한 시간도 못 자고 나와 경기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 누가 우리가 4강에 갈 것이라 생각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원 팀’이 돼 4강에 올라 기쁘고, 많은 분들에게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2012 런던올림픽 4위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에 도전한다. 6일 오후 1시 준결승에서 승리하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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