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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은 그림 같은데... 기다리는 피서객은 오지 않네 [서재훈의 형형색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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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모래를 적시는 에메랄드빛 바닷물과 하얀 백사장을 알록달록 수놓은 비치파라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사진 속 해변은 강원 강릉시 경포대해수욕장입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답고 한가로운 풍경 이면엔 많은 이들의 한숨과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본격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달 22일, 경포대해수욕장에 늘어선 수백 개의 비치파라솔 중 대다수는 비어 있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파라솔 그늘에 자리를 잡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은 고작 20~30명. 해마다 휴가철이면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 없던 백사장이 한가하다 못해 썰렁하게 변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입니다.
1년에 단 한 번이라는 '대목'이 찾아왔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 탓에 피서객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치바라솔부터 구명조끼, 튜브를 유상 대여해 온 해수욕장 운영자는 물론, 지역 식당, 술집, 마트 주인들도 울상입니다. 경포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여기 자영업자들은 7, 8월 휴가철에 '1년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보다시피 이런 상황이라 폐업까지는 아니라도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강릉시의 통계를 보면 코로나19로 피서객이 얼마나 줄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개장 18일 차를 맞은 지난 2일 경포대해수욕장을 찾은 누적 피서객 수는 10만509명입니다. 코로나19 발병 전인 2019년 61만7,215명이 경포대해수욕장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실 휴가철 방문객 규모는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한 확진자 발생 상황, 지자체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큽니다. 강릉시의 경우 휴가철 시작과 동시에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면서 방문객 수가 크게 줄었고,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를 유지한 속초, 고성 지역은 이른바 '풍선효과'에 의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피서객 급감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휴가 문화의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름 휴가 계획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의 15%만 휴가를 가거나 휴가 계획이 있고 답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릴 것 없이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아예 휴가를 포기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대신 가까운 곳에서 잠깐 바람을 쐰 뒤 집으로 돌아오거나, 캠핑이나 레저 등 밖에서 즐기던 각종 취미생활과 음식을 집 안에서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족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뜨겁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을 피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다운 휴가는 꿈도 꾸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나마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북새통 해변'보다는 그림처럼 여유로운 해변 풍경을 담아 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내년 여름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마스크를 벗고 멋진 휴가를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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