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검찰 "쿠오모 주지사 성폭력 피해자 11명"… 탄핵 여론 불붙나

입력
2021.08.04 03:05
뉴욕주 조사보고서 발표 "쿠오모 성폭력은 사실"
쿠오모 정치 생명 위기… 탄핵·사퇴 압박 커질 듯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5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규제 조치 해제를 발표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전ㆍ현직 보좌관들의 폭로로 드러난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州) 주지사의 상습 성폭력 혐의가 검찰 수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쿠오모 주지사는 줄곧 의혹을 부인해 왔으나 이제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탄핵 여론도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에 따르면,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날 165쪽에 달하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쿠오모 주지사가 주정부 공무원을 포함해 여러 여성을 성희롱했으며 피해 사실을 고발한 여성들 중 최소 1명에게 보복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쿠오모 주지사의 언행이 두려움과 협박이 만연한, 적대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는 사실도 명시했다.

올 2월부터 쿠오모 주지사에게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폭로한 여성은 최소 7명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쿠오모 주지사가 집무실과 관저로 불러 강제로 키스를 하거나 성관계를 암시하는 질문을 했으며, 행사 참석 뒤 돌아오는 항공기 안에서 ‘스트립 포커(옷 벗기는 포커게임)’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뉴욕주 법무장관실은 지난 3월 독립조사위원회를 꾸려 4개월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과거 연방검사를 지냈던 한국계 준 김(한국명 김준현) 변호사와 앤 L 클락 변호사가 조사위를 이끌었다. 쿠오모 주지사도 지난달 17일 소환돼 11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수사를 통해 드러난 피해자는 11명으로, 그 중 9명은 전ㆍ현직 공무원이었다. 수사관들은 증인 179명을 인터뷰하고 증거 7만4,000건을 면밀히 검토해 “피해 여성 11명의 증언을 신뢰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들은 각각 독립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패턴처럼 연관성을 보인다”며 성희롱이 상습적으로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장관도 “쿠오모 주지사가 동의 없는 신체 접촉, 키스, 포옹,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 여성을 성희롱 했으며 피해자 상당수는 젊은 여성이었다”고 설명하며 “이는 명백히 연방법 및 주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쿠오모 주지사의 성폭력 혐의뿐 아니라 재임 중 권력 남용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검찰 조사에선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수사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번 검찰 발표로 4선을 노렸던 쿠오모 주자시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이 많다. 당장 뉴욕주 의회에서 탄핵론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소속 정당인 민주당도 줄곧 자진 사퇴를 요구해 왔다. NYT는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에서마저 쿠오모 주지사 탄핵 여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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