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폭발’ 日, 병상 부족에 “중증자만 입원” 전환

입력
2021.08.03 17:11
이미 3만 명 자택 요양 중

마스크를 쓴 여성이 2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코로나19 감염 방지 안내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중증자나 중증화 위험이 특히 높은 환자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자택요양하도록 방침을 변경하기로 했다. 중증화한 환자가 병상 부족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의료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당장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입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국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중등증, 고령자, 만성질환자도 심각한 상황 아니면 자택요양 원칙

3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스가 요시히데 총리 주재로 의료제공 체제에 관한 각료회의를 열고, 입원 대상을 중증자와 중증화 위험이 높은 사람으로 한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본에서 코로나 환자는 ‘경증<중등증Ⅰ<중등증Ⅱ<중증’ 등 네 단계로 구분하는데, 경증뿐 아니라 중등증 단계라도 당장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입원하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입원 치료를 폭넓게 인정해 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관저에서 코로나19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회의 뒤 “중병 환자 및 중증화 위험이 높은 사람의 경우 확실히 입원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병상을 확보하겠다”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집에서 요양하는 것을 기본으로, 증상이 나빠지면 즉시 입원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새 원칙이 적용되는 곳은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는 지역이다. 다만 입원 기준이 되는 중증화 위험의 기준 등은 명시하지 않고 지자체 등 현장 재량에 맡겼다.


구급차 부르고도 병상 없어 입원 못하는 사례 증가

최근 일본에선 확진자 수가 하루 1만 명을 넘는 등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의료 현장에선 환자가 구급차를 부르고도 몇 시간 동안 병상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지난 1일 도쿄에서 자택요양 중인 감염자가 119 구급차를 부른 것은 213건이었지만 이 중 91명만 병원에 이송됐고 나머지는 이송처를 찾지 못해 일단 환자를 집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병상 압박이 커지자 일본 정부가 자택요양 원칙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입원 원칙 변경은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야당도 “코로나 환자를 못 본 체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며, 4일 열릴 중의원 후생노동위에서 엄격히 따지기로 했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중등증도 집에서 기다리라는 것은 자택요양이 아니라 자택방기(放棄)”라고 비판했다.

2일 도쿄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에선 이미 3만 명이 코로나19로 인한 자택요양 중이다. 이들 중 증상이 악화한 경우를 적시에 발견해 입원시킬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택요양자는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젊은 세대가 많지만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교도통신이 긴급사태가 발령된 6개 광역지자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자택요양 중인 사람 수를 집계한 결과 1일 현재 3만275명에 달했다. 이 중 도쿄도가 1만1,018명으로 3분의 1을 넘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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