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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조승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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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예능프로그램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조승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봤다. 예능 출연은 16년 만이란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예고편에서 소개하며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 환자 윤초원을 완벽히 그려내어"라는 자막이 떴다. 장애아 부모들이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항의했고, 본방송 때는 "자폐증 청년"으로 수정됐다.
'~병' '환자'는 치료와 제거, 완화의 대상이다. 보통 부정적 의미이고 아무리 관대하게 봐도 동정의 의미다. 휠체어를 타는 우리 딸이 어릴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걔 병은 언제 낫는다니?" "언제 걸을 수 있대?"였다. 아직도 바깥에선 아이들이 휠체어를 보며 "저 누나는 왜 저걸 타고 있어?"라고 물으면 부모가 "다리가 아파서 그래"라고 말해주는 걸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다리가 아플 수도 있고, 걷는 방법이 다른 사람도 있어'란 답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폐를 '치료할 병'에서 장애인의 고유한 특징과 특질로 보는 데에 거의 100년이 걸렸다. 책 '자폐에 대한 모든 역사'를 보면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 자폐인은 사회에서 분리하고 시설에 가두고 전기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었다. 심지어 1942년 미국 의학저널에서는 정신장애 어린이의 안락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제는 발달장애(한국에서는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로 나뉜다)인들이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자는 '탈시설'의 시대다.
장애를 치료나 재활의 대상으로만 보는 건 위험하다. 특히 많은 장애 부모들의 경험을 보면 미디어가 쓰는 단어의 무게가 어떤 결과를 미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장애인 부모들, 특히 자녀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발달장애인 부모의 경우 건강식품이나 '치료법' 정보, 특히 언론이 다루는 정보에 귀가 솔깃해져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이 의료와 장애분야 기사를 쓸 땐 '환자' '치료' '완치' 등 단어의 영향에 대해 분명한 근거와 책임감을 갖고 써야 한다. 장애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거나 의사소통이 나아지는 것이 '장애를 근본적으로 치료함'으로 인식되지 않게 해야 한다.
아니, 미디어에서 장애를 비롯한 모든 다양성을 다룰 때 애초부터 '내가 잘 모른다'는 겸손함을 깔고, '혹시 비하가 되지 않을까'라는 감수성을 갖고 다뤄야 한다. 모 방송사가 올림픽 개막식 자막에 입장 국가의 내전이나 음식을 국가 대표 이미지로 실어 뭇매를 맞은 건 무신경의 결과다. 클릭을 자극한다는 이유만으로 비하 발언을 기계적으로 싣는 것도 이런 감수성이 부족해서다. 안산 선수의 '쇼트컷'을 두고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저격글을 일부 한국 언론은 '논란'이라고 표현한 반면, 외국 언론은 '학대(abuse)'라고 불렀다. 애초부터 기사로 다뤄져서는 안 되는 발언에 확성기를 달아 준 결과다.
다양성에 대한 미디어의 무신경함에 대해 조승우는 이미 16년 전 '말아톤' 개봉 당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자폐아 흉내를 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색하고 거절한 것이다. 2005년 조승우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라는 다양성을 어떻게 볼지 명쾌하게 결론짓는다. "(자폐인 연기를 하면서) 정답이 무엇이란 고정관념을 어떻게 깰지 고민했어요. 결론은 답이 없다는 거죠. 정형화된 틀도, 공식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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