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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수마저… 한국 레슬링, 45년 만에 노메달

입력
2021.08.03 14:11
수정
2021.08.03 19:16

16강전 상대 결승 진출해야 동메달전 출전 가능
4번째 그랜드 슬램 달성 실패

류한수가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kg급 16강 경기를 치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류한수가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kg급 16강 경기를 치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죄송합니다. 올림픽 도전은 여기서 멈추려 합니다.”

한국 레슬링이 45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간판인 김민석(28)에 이어 류한수(33)마저 8강 진출에 실패하며 그간 누려온 올림픽 효자종목 지위를 잃게 됐다.

류한수는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급 경기에 출전, 2번째 경기인 16강에서 아프리카 강호 무함마드 엘 사예드(이집트)에게 6-7로 패배했다.

엘 사예드가 결승에 올라야 류한수는 패자부활전 진출권을 얻어 동메달 도전에 나설 수 있었지만 준결승에서 패해 이마저 좌절됐다.

류한수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주저앉아 1분 40여초동안 눈물을 흘린 뒤 “죄송하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다. 그래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경기 초반 대량 실점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경기 중반 상대 선수가 지쳤다고 생각해 '할 수 있다'는 말을 계속 되뇌며 경기에 임했는데, 부족한 결과가 나왔다”며 “후배들과 약속한 게 있는데, 그걸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고 자책했다. 이어 “훌륭한 후배들이 많으니, 올림픽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려 한다"며 "부디 후배들이 한을 풀어주면 좋겠다”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류한수는 경기 초반부터 고전했다. 시작 20초 만에 메치기를 당하며 4점을 내줬고 이어 그라운드 기술(2점)까지 더해지면서 1피리어드를 6-0으로 내줬다.

류한수는 2피리어드에서도 경기가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1분이 지날 때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경기 종료 1분 20여 초를 남기고 태클에 성공하며 첫 득점(2점)을 올렸다. 더 큰 기술로 판단해 신청한 챌린지(비디오 판독)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오히려 1점을 잃었다.

류한수는 다시 힘을 쏟아 1분 7초를 남기고 태클을 이루며 3-7로 따라붙었고, 상대는 불복하며 챌린지를 신청해 역시 판정이 뒤집어지지 않아 류한수가 1점을 더 얻었다.

류한수는 2피리어드를 16초를 남긴 4-7로 뒤진 상황에서, 투혼을 발휘해 태클에 한 번 더 성공하며 6-7까지 따라잡았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류한수는 16강전에 앞서 약 2시간 전에 예선을 벌였다. 이번 대회 출전선수가 기존 16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나면서 추첨으로 2명만 예선을 치른 것이다. 류한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1경기 더해야 하는 대진의 불리함이 있었다.

류한수는 예선에서 압델말레크 메라베트(알제리)를 상대로 경기 시작 2분22초만에 8-0 테크니컬 폴승을 거뒀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상대를 밀어붙여 이번 대회부터 부활한 파테르(상대 선수를 매트 중앙에 두 손과 무릎을 대고 엎드리게 한 뒤 공격하도록 한 벌칙)를 얻어낸 게 대량 득점의 원동력이 됐다. 그라운드 기술보다는 스탠딩 기술이 좋은 류한수는 선수촌에서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파테르를 얻어내는 훈련을 집중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레슬링 종목에 출전권을 류한수를 포함해 2명만 따냈다. 수년간 쌓인 선수 수급 문제로 인한 기량 하락에, 도쿄 본선 준비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수단 집단 감염으로 티켓 획득에 실패한 탓이다. 이미 그레코로만형 130㎏급 16강에서 김민석이 탈락했다.

류한수마저 탈락이 확정되면 효자종목인 레슬링에서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양정모 금메달, 정해섭 동메달) 이후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게 된다.

류한수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매우 크다. 첫 출전한 올림픽인 2016 리우데자이네루 대회에서 판정 불이익으로 8강 탈락에 이은 연속된 불운이다. 특히 이미 세계선수권대회(2013ㆍ2017년) 아시안게임(2014ㆍ2018년) 아시아선수권대회(2015년)에서 우승한 바 있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만 추가했다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사상 4번째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는 영광 누릴 수 있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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