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경의 무비시크릿] '믿출감' 류승완의 힘...배우들까지 홀린 '모가디슈'

입력
2021.08.03 09:25
수정
2021.08.03 13:12

영화 '모가디슈' 100만 돌파 눈앞
허준호 "꿈꾸던 프로덕션" 극찬

'모가디슈'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모가디슈'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이제는 흔히 쓰이는 신조어 '믿보배'. 대중의 신뢰도가 높은 '믿고 보는 배우'를 뜻하는 말이다. 영화계에 많은 믿보배들이 있다면 '믿출감'도 있다. 배우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출연하는 감독'. 그 중심에 류승완이 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가 극장가를 장악했다. 3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모가디슈'는 지난 2일 1,603개 스크린에서 10만 6,818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89만 5,122명이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판 블록버스터가 전멸한 극장가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관객들도 이 용기에 응답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류 감독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한 이들도 많다. 특히 조인성은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만난다면 시나리오는 스케줄표에 불과하다"라는 말로 감독과 선배 배우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모가디슈'가 1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모가디슈'가 1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허준호는 대본 작업 중이던 류 감독이 작품의 내용을 구두로 설명했을 때 이미 마음을 뺏겼다. "이상하게 믿음이 갔다. 너무 빨리 결정했다고 소속사에 혼나기도 했다"는 허준호의 말에서도 감독을 향한 신뢰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이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들이 처음 한 생각은 '와 이걸 어떻게 찍으려고 하지?'였다.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류승완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낼 거라고 배우들은 믿었다. 감독의 입장에서도 이토록 든든히 믿고 따라주는 배우들이 있다는 건 축복임에 틀림없다.

막상 촬영에 들어간 뒤에는 더욱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1986년 데뷔해 30년 이상 연기 활동을 한 허준호도 혀를 내두를만한 현장이었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모든 프로덕션이 내가 못하면 미안할 정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꿈꾸던 프로덕션이었다. 류승완 감독은 속된 말로 미쳤다. 좋은 의미로 미쳤다"며 진심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모가디슈'에 출연한 배우들은 '감독이 멋있게 느껴졌던 순간'에 대해 묻자, "'모가디슈'를 만들어낸 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류승완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영화, 현장에 있을 때가 치열하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모가디슈'가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눈길을 모았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모가디슈'가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눈길을 모았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모가디슈'는 한국이 아직 UN 회원국에 가입하지 못했던 시기인 1991년을 배경으로 한다. UN 회원국의 투표권 중 가장 중요했던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한국과 북한이 각각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말리아 내에 들불처럼 번진 내전 상황과 위기를 맞은 대사관 직원들의 모습이 긴박감 넘치게 그려진다.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등에 이어 11번째 작품을 내놓은 류승완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또 한번 실력을 입증했다. 아프리카 모로코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된 '모가디슈'. 제작진은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돼 촬영이 불가한 소말리아 모가디슈 대신 모가디슈의 배경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아프리카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를 선택했다.

조인성은 약 4개월에 걸친 올로케에 대해 "환상적이었다.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그곳에 도착하면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저한테는 고통스러운 순간도 잊어버리게 할 만큼 자연 광경이 많은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시작부터 이국적 색감이 스크린을 휘감으며 시각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 류승완 감독은 철저한 자료 조사는 물론 군사전문기자의 자문을 받아 1991년 당시 소말리아 내전에서 사용된 총기까지 파악하며 '모가디슈'를 구현해냈다. 후반부 카체이싱 액션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현지 스태프들과의 협업, 외국인 배우들의 캐스팅 역시 작품에 현실성을 더했다.

'대체 이걸 어찌 찍으려 하나'라는 우려를 자아낸 시나리오, 그 어려운 걸 류승완 감독과 제작진은 해냈다. 여기엔 '믿보배' 김윤석 허준호의 노련미와 구교환 조인성의 존재감, 정만식 김소진 등 제몫을 다해내는 배우들의 힘도 크게 작용했다.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만난다면 시나리오는 스케줄표에 불과하다"는 조인성의 말에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 순간이었다.

유수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