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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과 찰떡 호흡…여자 배구의 신스틸러 라바리니 감독

입력
2021.08.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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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에 진심 보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선수들과 격 없이 소통하는 리더십도 인상적
김연경·김희진과 장난치는 모습도 온라인서 화제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과 스테파노 라바리니(오른쪽 두 번째) 감독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과 스테파노 라바리니(오른쪽 두 번째) 감독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명승부 끝에 일본을 누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준 김연경·박정아·김희진에 대한 외신의 관심도 뜨겁다.

선수가 아닌데도 주목받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다. 외국인이지만 한국 사람 못지않게 한일전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선수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모습에 온라인에선 화제가 됐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1990년대 말부터 세계 곳곳에서 배구팀을 승리로 이끈 명장이다. 2019년 1월 여자배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게 된 그는 도쿄올림픽까지 팀을 이끈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 대신 16세 어린 나이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하며 일찍이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한일전 앞두고 선수들 정신적 지주 돼 준 라바리니 감독

지난해 1월 5일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왼쪽) 감독과 김연경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5일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왼쪽) 감독과 김연경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라바리니 감독은 한일전에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과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며 한일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전은 정말 힘들다. 세상에서 유일한 한일전"이라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선 전략보다 정신적인 준비가 더 중요했다"며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그는 마지막 5세트에서 16대 14로 일본을 누르고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순간 코치진을 뿌리치고 코트로 뛰어가 선수들을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복받쳐 하며 기뻐하는 모습도 주목받았다. 박정아는 이에 "감독님이 코트 세리머니에 들어오신 건 처음인 것 같다"며 "기분이 많이 좋으셨나 보다"라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언어가 달라 의사 소통이 완벽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지만, 선수들은 자매들 같다"며 "그래서 더 특별하다"고 했다.


김연경에게 셀카 못 찍는다고 혼난 라바리니, 미소로 화답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오른쪽) 감독과 김연경이 사진 촬영하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오른쪽) 감독과 김연경이 사진 촬영하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연경과 장난을 치며 강한 신뢰를 보내는 모습은 여자배구 대표팀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라바리니 감독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세르비아와의 경기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를 하며 김연경을 칭찬했다.

그는 "김연경은 역경을 이겨낼 줄 아는 선수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런 방법을 알려주길 바란다. 주장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김연경은 쑥스러운 듯 몸을 풀며 딴청을 피웠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에 "김연경은 나에게 해줄 말이 없느냐"라고 물었고, 김연경은 "갑자기? 감독님 파이팅, 파이팅"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연경과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셀카를 찍은 뒤 대화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연경과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셀카를 찍은 뒤 대화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연경과의 사진을 찍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라바리니 감독에 대한 호감도도 올라갔다. 선수들과 격 없이 지내며 소통하고자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라바리니 감독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 촬영을 하려고 했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긴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은 웃으라며 라바리니 감독의 어깨를 쳤고, 라바리니 감독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김연경이 라바리니 감독에게 셀카 비법을 알려준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커피차에서 일하는 김연경에게 다가가 셀카를 찍었다.

그런데 김연경이 "각도를 밑에서 잡아서 별로"라며 투덜대자 라바리니 감독은 "왜"라고 물었다. 김연경이 이에 "위에서 45도"라고 알려줬고, 라바리니 감독은 휴대폰을 다시 꺼내 위로 들어올리자 현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감독 어깨 토닥이는 선수들, 한국서 상상 못한 장면

2019년 6월 23일 유튜브 채널 코보티비에 올라온 영상으로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김희진과 장난치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코보티비 유튜브 캡처

2019년 6월 23일 유튜브 채널 코보티비에 올라온 영상으로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김희진과 장난치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코보티비 유튜브 캡처

이런 감독의 태도에 선수들도 감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배구연맹 유튜브 채널인 코보티비가 2019년 6월 공개한 영상에서 김희진은 라바리니 감독과 장난치면서도 "감독님 사랑해요"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 벽에 기대 앉은 김희진은 카메라에 "감독님 사랑해요"라며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요? 메롱"이라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이 김희진의 머리를 쓰다듬자 김희진은 감독의 어깨를 토닥이며 장난을 걸었다.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는 감독에게 "한국에선 감독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 선수가 감독의 어깨를 토닥이는 건 힘든 일"이라고 설명해 줬다. 그러자 라바리니 감독은 김희진을 일으켜 세운 뒤 김희진이 자신보다 키가 크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김희진은 "저희는 애증의 관계"라며 웃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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