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입양 가고 싶어요" 동물 보호소 '최고참'들의 사연

입력
2021.08.01 14:02
[가족이 되어주세요] <300> 초코(11세), 바마(14세), 안나(5세), 하이루(6세)



편집자주


유기동물을 소개하고 가족을 찾아주는 코너인 ‘가족이 되어주세요’가 300회를 맞았습니다. 한국일보는 2015년 3월 버려졌거나 방치된 유기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동물보호단체 및 보호소와 연계해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동물의 사연을 매주 실어왔는데요.
그동안 코너에 소개된 동물 가운데 많은 동물이 입양가족을 만났습니다. 안타깝게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보호소에서 세상을 떠난 경우도 있고요. 이번 주는 300회를 맞아 각 단체에서 지금까지 소개한 동물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입양 가족을 찾지 못한 네 마리의 사연과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코너를 계기로 네 마리가 보호소가 아닌 일반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살아갈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보호소 최장기 생활 동물 초코(왼쪽부터), 바마, 안나, 하이루. 동물자유연대, 카라,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보호소 생활만 9년… 온순하고 쓰담쓰담 좋아하는 도사견 '초코'

초코가 보호소에서 지낸 지 9년이 지났다.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른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초코(11세∙암컷)는 2012년 경북 구미 개농장에서 구조됐습니다(▶사연 보기: 무섭지 않아요~ 매력 철철 애교 만점 도사견). 초코를 포함 20마리가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창)에서 사료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식용으로 길러졌습니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20마리를 구조했고 당시 16마리가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국내에서 대형견, 그것도 도사견이 입양을 간 건 기적 같은 일이었는데요.

초코도 입양을 갔지만 1년이 지난 후 가족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보호소로 돌아오게 됐고, 지금까지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구조된 지 9년, 나이가 들면서 이제 초코의 얼굴에도 하얀 털이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건 바로 사람을 여전히 좋아하고 쓰다듬는 걸 좋아한다는 겁니다. 같은 방을 쓰는 도사견 울라(11세∙수컷)와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해요.

초코가 좋아하는 건 이불입니다. 이불을 말리기 위해 널어 놓으면 직접 이불을 내려 그 위에서 쉬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활동가들의 웃음을 자아낸다고 하네요.

활동가 이민주씨는 "다듬는 손길에 얼굴을 비벼댈 정도로 사람을 좋아한다"라며 "활동가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는 못하지만 잠깐이라도 사랑받는 시간이 초코에게는 큰 행복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어 "얼굴을 쓰다듬다 잠깐 멈추기라도 하면 고양이가 세수하듯 두 발을 자신의 얼굴에 비벼대면서 더 쓰다듬어달라고 애교를 부린다"라며 "초코는 활동가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존재다"라고 덧붙입니다.

초코는 입양뿐 아니라 1대 1 결연을 맺는 대부모의 지원도 받습니다. 초코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초코와 울라 결연하기

ttps://www.animals.or.kr/center/alliance/19806

3년 지났지만 카라 입양카페 최고참… 오바마 전 미 대통령 닮은 ‘바마’

임시보호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바마'. 카라 제공

바마(14세 추정∙수컷)는 2013년 경기 용인의 한 보호소에서 척추를 다친 채 방치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사연 보기: 동물단체 카라 입양카페 최고참 슈나이저 믹스 '바마'). 허리를 다친 채 보호소에 오게 된 건지, 보호소에서 사고를 당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다친 채로 오랜 시간 방치됐고,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발견했을 때는 치료조차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3년 전 이 코너를 소개했을 당시 카라의 입양카페인 '아름품'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내왔다고 소개를 해드렸는데, 지금도 여전히 '아름품 최고참' 기록을 갖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바마는 처음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꾸준한 치료와 재활운동을 통해 걸을 수 있게 됐고 현재 산책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척추신경 문제로 요실금이 있어 실내에서는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바마라는 이름은 구조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을 하면서 이슈가 됐었는데, 활동가들은 바마를 보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떠올라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름품이 아닌 임시보호가정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잔디밭을 너무 좋아한다고 하네요. 잔디만 보면 몸을 비비고 헥헥거리며 신나 한다고 해요. 바마의 여생을 함께할 평생 가족을 찾습니다.

카라는 바마 이외에도 현재 입양은 어렵지만 가정에서 세심한 관리를 받아야 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노령견 가정 위탁프로그램 '늦어도 다시 한번'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도권 거주자로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거나 반려견과 살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6개월 이상 함께하는 조건에 한해 위탁자를 모집하고 있는데요 사료와 병원비는 카라가 부담한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닮아 바마(왼쪽)라는 이름을 얻은 바마. 카라 제공

▶바마 입양 문의하기

https://www.ekara.org/kams/adopt/119

새끼 8마리 모두 입양 보내고 홀로 남은 엄마개 '안나'

새끼 8마리를 입앙 보내고 홀로 남은 엄마개 '안나'.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 제공

안나(5세 추정∙암컷)는 2017년 겨울 재개발지역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구조됐습니다(▶사연 보기: 재개발지역 마당에서 출산을 반복했던 어미개와 강아지들). 안나는 1년에 세 번까지 출산을 해야 했는데요, 주민이 잔반을 주면서 안나와 다른 개를 키우다 출산을 시켜온 겁니다.

서울 용산구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은 사연을 듣고 안나 가족 구조에 나섰는데요 안타깝게 다른 개는 건너편 보신탕집으로 이미 팔려간 뒤였지요. 주민은 안나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봉사자들이 "이제 새끼 그만 낳게 해주자. 좋은 가족을 찾아주겠다"며 설득해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조된 안나의 새끼만 8마리. 강아지들은 2018년 3월부터 꾸준히 입양 가족을 만났고, 구름이와 수가 아직 가족을 만나지 못했는데 지금 해외입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태어나서 2년 동안은 마당에서 살았고 구조된 이후로도 위탁처에서 지내고 있지요.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아본 적이 없지만 구조 당시부터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구조 당시 반복된 출산과 수유로 뼈밖에 없던 몸은 이제 건강을 되찾았고 매일 산책으로 근육질 몸매가 됐다고 하네요.

안나는 온순한 성격이지만 겁은 많은 편이라 낯선 사람이 하네스를 채우는 것, 발톱 깎기 등을 싫어한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안나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가족이면 좋겠다는 게 활동가들의 설명입니다.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데 다만 같은 성별의 개들에게는 서열을 잡으려는 기질이 있다고 하네요.

안나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안나에게 올해는 위탁처가 아닌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2018년 서울 이태원 유기동물 가족찾기 행사장에 나와 있는 안나와 가족들. 유행사 제공


▶입양문의: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

https://www.instagram.com/yuhengsa_official/

임시보호만 세 번째… 이젠 평생 가족 만나고 싶은 '하이루'

겁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 문을 여는 하이루.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하이루(6세 추정∙수컷)는 4년 전 강화도 쓰레기 번식장에서 구조됐습니다(▶사연 보기: 산책의 기쁨을, 가족의 따뜻함을 알아가기 시작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사람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겁이 많은 편이었는데요.

구조된 지 3년 만에 임시보호 가정으로 갈 기회가 생겼는데 임시보호자의 사정으로 보호소로 돌아오길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임시보호만 세 번째라고 합니다. 하이루는 겁이 많은 성격이라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는 스타일입니다.

하이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심장병과 요실금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장병과 요실금 모두 초기라 보조제를 먹으면서 관리하면 된다고 해요. 하이루는 지금 세 번째 임시보호 가정에서 한 달째 지내고 있는데요, 이제 가족 곁에 머물려고 하고, 산책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주희 비글구조네트워크 입양팀장은 "임시보호가정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환경에 적응하고 임시보호자와 교감하는 모습도 보였다"라며 "하지만 환경이 바뀌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이어 "환경이 바뀌면 두려움이 많지만 마음을 열면 빠르게 적응한다"라며 "하이루가 적응하는 동안 기다려줄 가족이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이루는 산책의 기쁨, 보호자가 돌아오는 기쁨을 충분히 알기도 전에 두 번이나 임시보호가정에서 보호소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하이루가 남은 평생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을 기다립니다.

겁이 많지만 적응하면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하이루. 비구협 제공


▶입양 문의: 비글구조네트워크

https://cafe.naver.com/thebeagle/34028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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