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물관리위원회·환경부가 섬진강댐 수해 원인 제공”

입력
2021.08.03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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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협의회 위원, 용역 결과 반박
“홍수 대비 사전 방류 미실시 등
무리한 물공급 관리가 근본 원인”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섬진강댐 하류의 대규모 수해 원인은 섬진강댐의 홍수 조절 용량 부족과 하천 관리 부실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온누리센터 앞에서 지난달 26일 피해 주민들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섬진강댐 하류의 대규모 수해 원인은 섬진강댐의 홍수 조절 용량 부족과 하천 관리 부실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온누리센터 앞에서 지난달 26일 피해 주민들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발생한 섬진강댐 하류 수해 책임이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 조사를 맡은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 내부 인사가 제기한 것으로,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를 정면 반박하는 것이다. 책임 소재를 적시하지 않은 용역 결과에 대해 피해 주민들이 ‘맹탕 보고서’라며 반발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사협의회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해당 지역의 모 대학 교수 A씨는 2일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가 ‘댐 관리규정’ ‘댐과 보 연계규정’을 무더기로 위반했다”며 “‘댐 운영 과정에서 위법 사항은 없었다’는 용역 조사 발표는 오류투성이”라고 주장했다.

조사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섬진강댐 하류의 대규모 수해 원인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루뭉술한 표현들로 책임 소재 등 핵심을 비껴갔다. 당시 조사협의회는 “수해는 댐의 구조적 한계, 댐 운영 미흡, 법·제도의 한계, 댐·하천 연계 홍수관리 부재, 하천의 예방 투자 및 정비 부족,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우 및 홍수 유입 등의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적 한계’ ‘복합적 원인’ 등의 표현으로 책임 기관 언급을 피한 것이다.

그러나 A 교수는 “해당 규정에는 댐 수위를 홍수기 제한수위 이하로 유지토록 했지만, 섬진강댐의 경우 수해가 발생한 작년 8월 8일 오전 9시부터 9일 오전 5시까지 21시간 동안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민들은 ‘사전에 비우지 않은 채 고수위를 유지하다 범람 직전에 과다 방류로 이어졌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A 교수에 따르면 규정에는 홍수 조절을 위해 사전 방류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지만, 당국은 이 같은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섬진강댐 운영 모의 시나리오 결과에 따르면 ‘사전 방류’가 홍수 조절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사전 방류 미실시로 댐 수위가 집중호우 이전부터 홍수기 제한수위에 육박, 홍수 대응에 실패했다는 게 A 교수의 설명이다.

A 교수는 또 “2018년 섬진강댐 정상화 사업을 통해 홍수 조절을 위해 방류 기능을 담당하는 보조여수로를 설치했지만, 수해 발생 당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댐 홍수 조절 지침이 제때 정비되지 않고,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A 교수는 “관련 규정이 12차례나 개정됐다”며 반박했다.

A 교수는 “이번 수해 배경은 ‘복합적 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해 당시 홍수기 종료 시점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방류 미실시와 초기 댐 수위를 높게 유지하는 등 홍수 조절보다 많은 저수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물 공급 관리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이렇게 나선 데 대해 A 교수는 “물 공급 관리 정책의 잘못이 이번 수해의 근본 원인”이라며 “그런데도 해당 정책을 추진해 온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는 하급기관인 홍수통제소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가 못마땅했다”고 밝혔다.

작년 8월 8일 전례 없는 폭우와 급격한 댐 방류로 섬진강·낙동강·금강 유역 마을 등 전국에서 42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수해 피해 지역인 전북 순창군·임실군·남원시, 전남 곡성군·구례군·광양시, 경남 하동군 등 7개 시군은 공동으로 환경부에 ‘섬진강댐 하류 지역 주민 소요사항 대책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이번 용역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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