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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에서도 '휴식 상태' 심박수 보인 양궁 대표팀의 비밀은?

입력
2021.07.30 18:47
수정
2021.07.30 18:5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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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도쿄경기장 만들고 강풍·안개 훈련 덕분

한국 양궁대표팀의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며 양손으로 각각 세 개의 손가락을 펼쳐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양궁대표팀의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며 양손으로 각각 세 개의 손가락을 펼쳐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지난 26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다음 날 오전으로 예정된 양궁 남녀 개인전 64강 경기 시작 시간을 정오로 늦췄다. 8호 태풍 ‘네파르탁’이 도쿄 인근에 접근할 거라는 예보 때문이다. 네파르탁의 최대 풍속이 초속 20m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 양궁 대표팀 박채순 총감독은 ‘태풍 변수’에도 덤덤했다. 박 총감독은 “한국에선 태풍이 와도 일정대로 대회를 치러와서 (이번 태풍도) 문제 될 것 없다고 본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오히려 준비가 잘되지 않은 타국 선수들이 강풍에 영향을 받아 흔들릴 수 있어 실력 차이가 크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대표팀은 각종 변수까지 반영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강풍을 이겨내는 특별훈련을 소화했다.

양궁 대표팀 강채영이 5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마련된 특별훈련장에서 안개가 낀 상황에서도 화살을 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양궁 대표팀 강채영이 5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마련된 특별훈련장에서 안개가 낀 상황에서도 화살을 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진천선수촌에 올림픽경기장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처럼 본뜬 ‘가상 도쿄경기장’도 설치했다. 세트장의 콘셉트는 '리얼 도쿄(Real Tokyo)'다. LED 전광판 밝기로 선수가 타깃 조준 시 발생할 수 있는 빛 바램이나 눈부심 등의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했다. 또 200석의 빈 관람석을 설치했고, 미디어 적응을 위한 믹스트존 운영 등 예상 가능한 모든 경기 환경을 연출했다. 경기 상황별 영어, 일본어 현장 아나운서 코멘트를 비롯해 소음, 박수, 카메라셔터 소리 등 효과음까지 제작해 현장감을 높였다.

대한양궁협회가 진천선수촌에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우메노시마 양궁장을 그대로 본떠 만든 훈련장. 대한양궁협회 제공

대한양궁협회가 진천선수촌에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우메노시마 양궁장을 그대로 본떠 만든 훈련장. 대한양궁협회 제공

이 같은 실전에 가까운 훈련 덕분에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 결승전과 같은 큰 경기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평정심은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종목에 처음으로 도입된 ‘심박수 중계’에도 고스란히 나왔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시위를 당겨 화살을 발사할 때까지 심박수는 100~110bpm이었지만 대부분의 상대 선수들은 160bpm 전후였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움직임이 없는 휴식 시간 동안 심장박동수는 분당 60~100bpm으로 나타난다.

특히 김우진(29·청주시청)은 28일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1회전에서 심박수가 73bpm으로, 상대 선수였던 헝가리의 머처시 러슬로 벌로그흐 심박수(165bpm)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심박수까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건 불가능하다”며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하루 수백 발씩 활을 쏘다보니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궁 대표팀의 훈련엔 첨단 기술도 동원됐다. 협회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을 통해 신기술 장비를 지속해서 적용하고, AI 기술 활용 선수 자세 영상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화살 분류 슈팅 머신, 전자표적 및 기록 장치, 안면 인식 심박수 측정 장비, AI 영상 분석 프로그램 도입과 선수 맞춤형 그립 제공 등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힘을 보탰다.

한국 대표팀은 이제 31일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이 2회 연속 전 종목 석권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들어간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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