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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혈 뚫은 ‘사격 천재’ 김민정의 통쾌한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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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 태극기가 게양됐다. 한국 사격의 마지막 보루 김민정(24·KB국민은행)이 극적 레이스를 펼치며 은빛 총성을 울렸다.
김민정은 30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ROC)와 슛오프 접전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24일 시작한 사격이 일주일 만에 '노메달'에서 탈출한 순간이다. 여자 권총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건 2012년 런던 대회 김장미 이후 9년 만이다.
본선 8위로 턱걸이한 게 김민정에겐 전화위복이었다. 부담을 덜었다. 결선은 급사 50발로 순위를 정한다. 10.2점 이상을 쏘면 1점, 10.2점 미만을 쏘면 0점이다. 5발씩 3시리즈를 쏜 뒤 16∼20발부터 최하점을 기록한 선수는 탈락한다. 김민정은 첫 3시리즈에서 단 1발만 놓치는 신들린 듯한 명중률(15발 중 14점)로 2위와 4점 차 선두를 달렸다.
26∼30발에서는 바차라시키나에게 선두를 내줬다. 31∼35발에서 4점을 쏘며 합계 26점으로 바차라시키나와 다시 공동 선두. 4명이 남은 가운데 36∼40발에서 김민정은 4점을 보탰고, 합계 30점으로 여전히 공동 선두를 달렸다. 김민정은 41∼45발째에 4점을 쏴 단독 선두로 오르며 금메달 기대를 부풀렸다. 바차라시키나와 단 둘이 남아 돌입한 마지막 5발에서 김민정은 합계 38점으로 공동 선두를 허용해 슛오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5발. 김민정은 아쉽게 1점에 그쳐 4점을 쏜 바차라시키나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그러나 김민정은 환한 얼굴로 바차라시키나와 포옹하며 한국 사격의 막힌 혈을 뚫고,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기쁨을 만끽했다. 김민정은 경기 후 "아직 얼떨떨하다"면서 "끝나고 아쉽다기보다 '내가 부족하네' 정도만 떠올랐다. 다음에 더 채워 올 것이다. 항상 더 올라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정의 주종목은 원래 10m 권총이다. 2016 리우 대회에서 19세 막내로 선발돼 여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 본선 18위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경험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10m 공기권총과 10m 공기권총 혼성에서 은메달을, 여자 25m 권총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두 종목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사격인들은 25m 권총은 반동이 커서 10m 공기권총과 병행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김민정은 자신 있었던 10m 선발전에 매진하면서 25m는 몇 개월 동안 손을 놓다시피 했다. 하지만 정작 25m 권총에서 태극마크를 단 그를 보고 후배들은 천재라고 불렀다. 김민정은 "모두 10m가 주종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전 둘 다 잘한다"고 웃으며 "10m 선발전에서 떨어져서 너무 속상했지만 25m를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민정은 "5년 전 리우올림픽 때는 열심히만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며 "이번에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메달보다 '내가 사격을 하면서 행복한가'를 많이 생각했다. 준비하면서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다음 올림픽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는 "한국팀 메달이 없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조금 부담도 느꼈는데, 사대에 들어가니까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나더라"라며 "경기하면서 재밌었다. 정말 저에게 뜻깊은 첫 메달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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