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페미 공격" 입장 요구에 어물쩍 넘어간 이준석에 쏟아진 비판

'숏컷' 안산 향한 상식 이하 여성혐오 공격
'2030 여성 차별 없다'던 이준석에 입장 촉구
"대선 때문에 바쁘다"고 어물쩍 넘어가자?
백혜련 "국가 망신" 장혜영 "책임의식 가져야"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16강 일본 하야카와 렌과의 대결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안산은 이 경기와 8강전에서 잇따라 승리한 뒤 개인전 4강에 올랐다. 도쿄=연합뉴스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선수를 비방하는 행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대한체육회, 양궁협회 등은 적극 나서 선수를 보호하라. 민주당도 최선을 다하겠다. (중략) 그리고 젠더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안산 선수를 향한 '페미 공격'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0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백혜련 최고위원은 일부 남초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양궁 국가대표인 안산 선수를 향해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도를 넘은 여성 혐오를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 의원은 "'숏컷은 페미다' '여대는 페미다' 이런 식으로 안 선수의 사상을 검증하고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라며 "외신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불굴의 투혼과 노력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안 선수가 온라인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기사를 대서특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망신 사태이고,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산 향한 상식 이하 여성 혐오에 백혜련 "국가 망신"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8강전에 출전해 인도의 디피카 쿠마리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비판의 화살은 일부 남성들의 성차별주의 정서를 정치적 자산으로 십분 활용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했다. 이 대표는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젊은 남성들의 안티 페미니즘 정서를 공략했고, 취임 이후에도 여가부 폐지 이슈를 촉발하며 젠더 갈등을 '땔감' 삼아 본인의 정치 영향력을 넓혀왔던 탓이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대표의 입장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당들은 대선 때문에 바쁜데 정의당은 무슨 커뮤니티 사이트 뒤져서 다른 당 대표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나"라고 답변을 피했다.

'여성 차별 없다'던 이준석 "대선 때문에 바쁘다" 회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전남 순천시 순천팔마종합운동장 국민생활관 3층에서 여순사건유족회와 간담회를 하고 있는 중에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이준석이 무슨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커뮤니티 사이트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A에 대해서 입장 표명 없으면 넌 B라고 하는 것은 초딩 논법"이라며 "저는 안산 선수와 대한민국 선수단 한 분 한 분을 응원한다"고 어물쩍 넘어갔다.

온라인 성차별주의를 중단시킬 의향이 없는지 물었는데 "대선 때문에 바쁘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반박으로 논점을 회피한 것이다.

장혜영 "성차별적 여론 몰이 문제의식 가져라"

소셜미디어에서 '안산 지킴이’ 릴레이가 확산하고 있다.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오지 않자, 장 의원은 이날 SNS에 "안산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에 더해 이제라도 이준석 대표께서 여성들의 일상을 옥죄는 과도한 성차별적 여론몰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게 되길 바란다"는 뼈 있는 말로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언급한 것을 콕 집어 "안산 선수의 숏컷(쇼트컷)에 대한 과도하고 집착적인 성차별적 비난이 BBC나 로이터 등 외신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커뮤니티를 운운하시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이 대표님은 말씀하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뉴스를 확인하시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평소에도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여론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은 것이다.

장 의원은 "일상적인 요소에 과도한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빌미 삼아 여성들을 몰아세우며 공론장을 황폐화시키는 일이 반복되는 현실에 대해 제1야당 대표가 아무 문제의식이 없으시다면 참으로 큰일"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 대표의 정치적 동력이 그러한 여론 몰이와 무관치 않다고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안산 선수 지킴이 릴레이가 확산하고 있다. 여성 네티즌들은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공유하고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및 응원 메시지 쓰기 등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소리 내지 않으면 '사과'를 강요받게 된다"며 ▲선수가 사과하게 하지 말 것 ▲절대 반응해주지 말 것 ▲도 넘는 비난에 강경하게 대처하고 선수를 보호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