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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 터지는 세상을 실증한다"... 책으로 나온 '중간착취의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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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이 반년 넘게 취재해 온 기획 기사 ‘중간착취의 지옥도’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기획 기사와 같은 제목의 단행본 ‘중간착취의 지옥도’(글항아리)입니다.
이 책에는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노동자 100명의 목소리와 기자들의 취재기를 실었습니다.
시작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마이너리티팀은 용역·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업체로부터 임금을 빼앗기는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노동자 100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또 이들이 떼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했습니다. '지옥도'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간접고용 세계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내보려 국회,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를 찾아갔습니다. 중간착취를 막을 법과 제도 마련하자고요.
이 과정들은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기사로는 다 전하지 못한 목소리와 일화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출간 전 먼저 읽고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김훈 소설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의 추천사를 소개합니다.
한국 사회의 노동 현장에서 약육강식은 법제화되어 있고 일상의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는 적대적이다. 약자는 먹고살기 위해 자신의 살점을 강자의 먹이로 내어주어야 하는데, 사슬의 하위 단계에서 착취는 더욱 극악해진다. 그리고 이 중첩된 야만의 구도 위에서 계약의 자유, 경쟁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보통선거, 대의민주주의 같은 자유의 푸른 깃발이 펄럭이고 약탈당하는 개인은 개별적 존재로 흩어져서 무력화된다. 이 책은 자고 새면 날마다 밥벌이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 지옥도 속을 헤집고 들쑤시면서 복장 터지는 세상을 실증한다. 아아, 젊은 기자들아, 내 옆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의 몫으로 원청이 책정했던 522만 원과 그의 통장에 마지막으로 입금된 211만 원 사이에는 어떤 착취의 구조가 숨어 있을까? 저자들은 100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인터뷰하며 찾아낸 답을 ‘중간착취의 지옥도’로 묘사한다. 늘 해고와 산재의 불안에 시달리고, 권리 대신 체념에 익숙해진 노동자들을 착취로부터 지킬 책무는 바로 국회와 정부에 있다. 어렵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을 위해 어렵고 힘든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중간착취의 본질은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은 회피하면서도 일은 마음대로 시키고 싶은 원청의 욕망에 있다. 형식상 위탁계약을 맺지만 일을 시킬 땐 평점과 알고리즘으로 통제하는 플랫폼의 욕망과 닮았다. 중간착취의 지옥도는 20년간 방치된 비정규직 간접고용 문제가 어떻게 플랫폼 노동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지옥도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중간 업체가 자신의 몫에서 얼마를 떼가는지 궁금해한다. 플랫폼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절망은 노동자가 진실을 알더라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다. 독자가 이 책을 덮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 그러나 ‘독자’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가 되고, 다른 노동자의 말을 경청하고 연대할 수 있는 ‘시민’이 된다면 ‘변화’라는 두 글자를 새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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