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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조구함 일어서자… 日 유도의 심장에 퍼진 박수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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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 선 그는 자신의 목에 걸린 은빛 메달을 한참 내려다봤다. 일본 유도 심장인 ‘무도관(武道館)’에서 일본 선수와 맞붙어 우승해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걸겠단 꿈을 품고 달려왔는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엎어졌다. 하필 가장 결승에서 맞붙기 원했던 일본 선수에 패하니, 원통할 법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엔 눈물 대신 옅은 미소가 보였다. 소중했다. 대회가 미뤄진 1년을 포함해 5년을 벼른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쏟아냈기에 지을 수 있던 미소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은 한국 남자 유도 중량급 간판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에겐 유독 간절했던 무대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16강전에서 탈락한 게 한이 됐다. 걷지도 못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치료를 미루고 대회에 나섰다가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올림픽 여정을 마친 아쉬움이 컸다. 그때의 부진을 이번 대회에서 털어내 한국 유도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의욕이 컸다.
그래서인지 그는 29일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하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 에런 울프(25)에 한판으로 진 뒤 한참을 누워 무도관 천장을 멍하니 쳐다봤다. 정규시간 4분에, 연장전 5분 35초를 더해 총 9분 35초의 혈투. 체력과 정신력이 다 받쳐줘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조구함은 울프의 주특기인 안다리 후리기를 막아내지 못했다. 숱하게 대비했던 기술이었기에 허탈함도 컸다.
비록 경기에선 졌지만, 조구함은 벌떡 일어나 울프의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관계자들과 타국 선수단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조구함은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국가대표 생활을 10년 동안 하면서 가장 강한 상대를 만난 것 같다”며 “(패배를) 인정한다”고 깨끗이 승복했다. 그러면서 “(나도)자신감이 있었는데 실력이 부족했다”며 상대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조구함이 울프를 연구했듯, 울프도 업어치기를 잘하는 조구함의 장점을 충분히 파악한 듯했다. 조구함은 “(울프가)나보다 준비를 더 많이 한 것 같더라”며 부족했던 자신을 탓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은메달은 한국 유도사에 길이 남을 쾌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중량급(당시는 95㎏ 이하급) 장성호(43) 은메달 이후 한국 유도는 중량급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더구나 올림픽 연기의 원인이 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 방역지침이 해외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된 점이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겐 악재로 다가왔다. 방역 지침이니 지켜야 하지만, 평소 훈련하던 체육관을 쓸 수 없었으니 말이다.
조구함도 “한국 선수 모두 메달권 실력을 갖췄는데 훈련 환경으로 인해 힘든 과정을 거친 게 사실”이라며 “나 역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동기부여를 잃어가는 상황이었지만, 소속팀 회장님께서 좋게 평가해주고 지원해주셔서 도쿄올림픽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소속팀에선 방역 지침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훈련할 수 있는 곳을 백방으로 찾아 이들의 훈련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회에선 방역을 이유로 대표팀 지원 파견 인력도 넉넉히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홈팀 일본에 절대 유리한 환경인 점까지 감안하면, 그가 목에 건 은메달의 가치는 더 크다. 유독 긴 기다림 끝에 맞은 도쿄올림픽을 마친 그의 시선은 이제 3년 뒤 열릴 파리올림픽을 향한다. 도쿄에서 남은 금메달의 아쉬움을 풀어내기 위해 그는 다시 쉬지 않고 달릴 계획이다. 한국에 가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은지를 묻자, 지독한 연습벌레다운 대답이 간결하고 우렁차게 돌아왔다. “(다음)올림픽 준비해야죠.”
한편 앞서 열린 유도 여자 78㎏ 이하급에선 윤현지(27·안산시청)가 4위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23위인 윤현지는 16강전에서 세계랭킹 7위 나탈리 파월(영국)을, 8강전에서 5위 휘셔 스테인하우스(네덜란드)에 연달아 한판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마지막 두 판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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