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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0역 하느라 주7일 근무" 보건소 간호사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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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메르스 다 겪어봤지만 1년 반 정도 지나니 ‘답이 없다’는 막막함뿐이네요. 견디다 못해 휴직한 간호사들도 엄청 많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붙잡지도 못하고 그저 ‘어쩌겠노, 이해한다'는 심정이죠."
29일 부산 연제구보건소에서 일하는 15년차 간호사 김지희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1년 반 동안 주6일을 근무했다. 4차 대유행의 그림자가 부산을 덮쳐옴에 따라 요즘은 아예 주7일 근무다.
근무 날짜만 '빽빽'해진 게 아니라, 근무 내용도 '빡빡'해졌다. 어느 한순간 잠시도 숨 돌릴 틈이 없다. "주말에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역학조사를 나가요. 주중에도 역학조사를 나가고, 주 1~2회씩은 요양기관, 요양시설을 점검하지요. 보건소로 와서는 백신 접종도 하고, 접종 후 이상반응도 확인합니다. 코호트 격리 사례가 생기면 매일 검체 채취하러 가야 해요. 그 중간중간에는 방역을 한 영업장,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청구 업무도 하고 있어요.”
김씨는 역학조사 업무가 제일 비중이 크다고 했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2인1조로 팀을 구성해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확진자들의 동선을 일일이 조사해 보고해야 한다. 기초 역학조사는 보건소 직원들이 모두 투입되지만, 의료적 지식이 필요한 2차 역학조사에 간호사들만 투입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숨이 차는데, 이건 코로나19로 인한 업무일 뿐이다. 그 외 건강검진, 신체검사 등 기존 보건소 업무는 업무대로 처리해야 한다. 김씨만 해도 최근 연제구에서 발생한 밀면집 식중독 사건 역학조사에도 투입됐다. 낮엔 코로나19 업무를, 밤엔 원래 보건소 업무를 처리한다.
그 덕에 '주7일 근무, 아침 7시 출근, 밤 9시 퇴근'은 일상이 됐다. 아침 출근 시간만이라도 조금 더 늦출 수 없을까. 김씨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민원이나 문의 전화는 아침 일찍부터 걸려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사명감, 책임감만으론 버티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런 상태로 1년 반을 오다보니 끝없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 같고, ‘번아웃이 이런 거구나’ 싶은 상태가 돼요." 김씨의 하소연이다.
일터의 상황이 악화되니 현장에 남는 간호사들은 주로 저연차(1~3년차)들이다. 저연차들은 업무 스트레스로 괴로워하고, 얼마 안 남은 고연차들은 저연차에게 믿고 맡길 수 없는 일까지 떠안다보다 더 큰 과로에 시달린다. 지난 5월 업무과중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산의 30대 보건소 간호사도 7년차였다. 고연차가 없는 보건소에서 그나마 가장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코호트 격리병원의 검체 채취를 혼자 도맡아야 했다.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는 부랴부랴 심리상담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지원을 이용하는 간호사는 거의 없다"는 김씨의 전언이다. "일단 갈 시간과 여력이 없는데다, 간호사들 입장에선 업무적으로 연계된 곳이라 상담을 받기 거북한 측면이 있어요. 그냥 비용을 줄 테니 알아서 상담받으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4차 대유행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선을 넘어선 지 20여 일이 지났다. 상반기 중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진행된 덕에 그마나 치명률이 떨어졌다지만, 이렇게 확진자 수가 불어나기 시작하면 일선 의료인력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더구나 백신 접종까지 진행 중이다.
이런 김씨와 같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야 몰라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알고도 당하고 있는 판국이다. 그래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에게 지금 이 순간 일선 간호사들을 위해 해줘야 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올해 간호사들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에는 위중증 환자들의 사망률을 낮추어야 하니 병원에서 비상이 걸렸다면, 올해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백신접종이 진행되면서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보건소가 난리가 났다."
-보건소가 감당할 수 있나.
"대부분의 보건소들은 필요한 간호사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않고, 비정규직만 늘려놨다."
신 회장은 지난해 보건간호사회 조사 결과를 내보였다. 이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 간호직 8,241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4,570명으로 54.6%를 차지했다. 비정규직은 시간외 근무를 할 수 없으니, 안 그래도 부족한 정규직 인원이 야근까지 떠안아가며 버텨내는 일상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보건소 간호사 중 468명이 사직했고, 1,737명이 휴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텨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이미 사직자가 200명, 휴직자가 1,140명에 달한다. 인력난은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간호사도 많다고 들었다.
"지난해 200여 명, 올해 200여 명 수준이다. 레벨D 방호복을 입으면 2시간 일하고 2시간 쉬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한번 방호복을 착용한 뒤엔 확진자 치료에다 청소, 식사 수발까지 해야 한다. 4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지치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코로나19에 감염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감염률이 높다."
-결국 인력 확충이 정답인가.
"3교대 근무를 감안하면, 의료법상 입원환자 약 12명당 간호사 1명을 두게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18~25명의 환자를 1명의 간호사가 돌본다. 지금이라도 간호법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간호정책을 세워 간호사들의 처우개선, 인력 확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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