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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반등 역효과? 조국 옹호·입법 독주까지... 與, 도로 친문당 가나

입력
2021.07.30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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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민의 시간입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한 달째였던 지난달 2일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꺼낸 첫마디다. 직전 일주일간 청년, 소상공인 등을 만나며 4ㆍ7 재·보궐선거 패인을 분석한 송 대표는 강성 친문재인(친문) 지지층에 의존하는 '당심 정치'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고, "우리는 선, 상대는 악이라는 진영논리를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지난해 21대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의 독선ㆍ독주ㆍ불통 행보를 반성하는 취지였다. 이후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하고, 검찰개혁에도 거리를 두는 등 민심에 집중했다.

송 대표의 ‘민심 정치’ 선언은 두 달 만에 흐지부지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과 대선주자들은 ‘조국 가족 구하기’에 뛰어들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징역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마저 부정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린다는 내용인 초유의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 안팎을 유지 중이고, 강성 친문 당원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도로 친문당’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조국의 시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달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 입장,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달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 입장,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조국의 시간’으로 회귀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한영외국어고 동기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 '조민이 맞다'며 말을 바꾼 게 계기가 됐다. 여권은 일제히 검찰을 겨냥했다. “검찰은 즉시 감찰에 착수하라”(윤호중 원내대표), “저열하게 가족을 인질 삼아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김용민 최고위원) 등의 저격이 잇달았다.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말을 바꾼 게 조씨의 ‘허위 스펙’ 혐의 관련 유무죄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검찰을 몰아붙여 조 전 장관 가족이 무죄인 양 포장하고 나선 셈이다.

대통령 복심이니까, 김경수 판결 불복하는 與

대법원의 유죄 판단으로 경남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의 유죄 판단으로 경남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노골적인 ‘김경수 지키기’ 또한 친문에 둘러싸인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1심부터 3심까지 법원은 일관되게 김 전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이재명), “불법적 방식을 동원할 이유도, 의지도 전혀 없는 선거”(이낙연)라며 김 전 지사를 두둔했다. 문 대통령 ‘복심’인 김 전 지사를 옹호해 친문 표심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김어준씨는 대법원을 향해 “와, 이 개놈XX들 진짜 열받네”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집권여당이 법치주의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독주’ 비판보다 지지층이 무섭다… 언론개혁 ‘졸속’ 입법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박정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있다. 뉴스1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박정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언론개혁'이라고 명명한 언론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독주 본색이 부활했다. 민주당은 그간 “언론인은 개혁 대상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주체”라고 말해왔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 작성 과정에서 언론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법안 통과 전날까지도 저희가 알지 못하던 내용이 개정안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만든 개정안을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 소위 직전에 야당에 돌렸고, 약 8시간 후에 강행 처리했다.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야당에 알려주지 않은 채 강행 처리했던 전례를 반복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 참패 후 초선 전원이 ‘오만했다’고 반성문을 쓰더니, ‘우리가 하는 건 무조건 옳다’ 태도로 회귀했다”고 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4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4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4월 재·보선 직후 실시한 집단심층면접(FGI)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집중해야 할 과제로 △방역(33.4%) △부동산 (14.2%) △경기회복ㆍ일자리 창출(13.8%) 등이 꼽혔다. 언론개혁은 3.0%에 그쳤다. 그럼에도 ‘민생’ 기조를 뒤집고 언론개혁에 나선 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 반납’ 합의에 따른 친문 진영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이 ‘당심’에 다시 집중하는 건 최근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도 연결돼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정권 재창출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며 “당내 대선주자들이 강성 친문 당원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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