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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대남사업은 대적사업" 외쳤던 김정은, 노선 변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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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딜레마’에 빠졌다. 불과 1년 전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의 입을 빌려 “대남 사업은 대적(對敵) 사업”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는데, 최근 통신연결선 복원을 통해 다시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제 안정이 최대 목표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엇갈린’ 말 한마디는 민심 이반과도 직결되는 만큼 주민 설득을 위한 그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지금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남북)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구를 계기로 대남 관계 개선 의지를 공개 천명한 셈이다. 지난해 6월 언급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판이다. 북한은 당시 남측과 이어진 통신선을 차단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조선(남한) 것들과 결별할 때” “대남 사업은 대적 사업” 등 강경한 표현을 동원해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후 ‘자력갱생’과 ‘사상투쟁’을 강조하며 한미와는 더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종종 드러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소통 창구를 재가동하면서 대남 기조를 1년 만에 번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식량 부족 등 극심한 경제난을 헤쳐 나가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이런 변명은 최고 존엄의 위신을 깎는 일이다. 올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첫해 성과를 채찍질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한류를 ‘반(反)사회주의’ 행태로 규정하며 젊은 세대의 접근을 강력히 통제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남측과의 화해 무드는 주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통신선 복원 사실을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 발표하지 않은 이유도 이 같은 고민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위원장에게는 변화된 대남정책을 선전할 ‘동기’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등 인도적ㆍ경제적 협력 성과를 도출하기 전까지는 남북관계와 주민 생활을 분리해 접근하는 통치 방식을 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한 문화 접촉을 막는 등 주민들을 다잡고 있는 시점에 섣불리 남북관계 개선 소식을 전하면 김 위원장 리더십에 타격이 될 수 있다”라며 “남측과의 협력이 상당 수준 진전됐을 때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 내부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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