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품격도 이겼다... '꽈당 조롱' 독일 선수에 "이해한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서 獨 선수 '조롱' 논란
막스 하르퉁 "조롱이나 놀리려는 의도 없어"?
김정환 "모든 것 이해한다...당신은 훌륭한 선수"
'조롱' 발언했던 정우영 SBS 캐스터도 SNS 해명

왼쪽부터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 선수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뉴스1

"모든 것을 이해하니 신경쓰지 말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의 '월드클래스 품격'이 화제다. 김정환은 펜싱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자신을 조롱한 듯한 행동으로 논란이 된 독일의 막스 하르퉁이 "오해"라고 해명하자, "신경 쓰지 말라"며 세계 정상급 선수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르퉁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정환을 언급하며 "당신의 놀라운 경기력과 올림픽 챔피언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심판에게 당신이 터치 후 넘어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려던 것"이라며 "조롱하거나 놀리려는 의도는 없었다. 김정환은 훌륭한 선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28일 오후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남자 펜싱 사브르 준결승전에서 독일의 막스 하르퉁 선수가 넘어지는 돌발 행동을 하고 있다. SBS 화면 캡처

하르퉁이 이 같은 해명을 한 것은 한국 팬들의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준결승에서 맞붙은 김정환이 공격 중 옆으로 넘어지자 갑자기 돌발 행동을 했다. 마치 김정환을 흉내 내듯 바닥에 꽈당 넘어졌다. 누리꾼들은 그의 행동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SBS 중계를 하던 정우영 캐스터도 "지금은 상대를 조롱하는 동작"이라며 "이런 동작을 보고 옐로카드가 안 나오나"며 심판진에 문제를 제기했다.

독일의 막스 하르퉁 선수 SNS 캡처.

하지만 김정환은 이를 다 품어 안았다. 그는 하르퉁의 SNS에 "모든 것을 이해하니 신경 쓰지 말라"며 "당신은 오늘 정말 멋있었고, 오늘 우리의 경기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이모티콘과 함께 답글을 올렸다. "당신은 최고의 펜싱 선수이자 동료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격려까지 했다.

SBS 캐스터도 해명 "독일 선수에게 피해 줘 미안한 마음"

2020 도쿄올림픽에서 펜싱 중계를 맡은 SBS 정우영(왼쪽) 캐스터와 원우영 해설위원. 정 캐스터 SNS 캡처

이후 정 캐스터도 자신의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멘트하는 중이라 경기 중 오가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하르퉁은 심판에게 어필하면서 김정환에게 왜 경고를 주지 않는지 동작을 보여주며 설명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환을 비롯해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로 구성된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45 대 42로 독일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고, 결승에선 이탈리아를 45 대 26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은 2연패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