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키기

입력
2021.07.28 18:00
수정
2021.07.28 19:30
26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매몰된 정치?
정권 사수ㆍ교체 외에 이슈 사라져?
정파적 이익에 몰두하면 국민 외면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2년 실행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6일 수감 전 경남 창원시 마산 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2년 실행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6일 수감 전 경남 창원시 마산 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도 임기가 막바지다. 세월이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랬지만 이번 정권 들어서 유달리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부동산, 소주성(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비정규직 정책들이 그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간의 지독한 갈등도 국민 분열로 치달았다. 정부 4개 부처가 28일 합동 담화까지 발표했으나 부동산 가격은 하늘에 뜬 무지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매몰되고 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권 사수와 탈환을 놓고 '여야 생사투'가 시작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키기’와 ‘정권교체’ 외에 정책적 이슈는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전 총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정권교체’에 명운을 걸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대통령 지키기’에 골몰한다. 대통령을 지켜야 정권을 지킨다는 맥락이다. 지키지 못하면 뺏기니 절체절명이고, ‘국민 지키기’는 뒷전이다. 얼마나 잘못했길래 그토록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주변에서 지켜줬다면 저렇게 되지 않았다는 역논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범죄 있는 곳에 단죄가 있을 뿐, 우리 현대사는 대통령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대체로 여권 예비후보 입장에서는 그 지킴이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말이라도 국민을 지키겠다는 예비후보는 나타나지 않는다. 당내 경선을 의식한 탓일 게다.

게다가 여권 예비후보들이 대통령 지키기를 정략적으로 끌어들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의 전화 통화를 인용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통령님을 잘 모시겠다. 잘 지켜 드리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김 전 지사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문 대통령님을 잘 지켜 달라’고 한 말을 어떤 생각으로 공개하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수감된 김 전 지사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나, 이걸 문제 삼는 것이나 ‘대통령 지키기 프레임’에 갇힌 꼴이다.

감옥에 간 김 전 지사의 역경마저 친문 표심을 끌어당기려 활용하는 것이 지금의 처절한 정치판이다. 반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사과는 없다. 문 대통령은 물론 김 전 지사나 여권 예비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키기도 탄핵 사건과 함께 소환됐다. 17년 전의 탄핵 사건을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이용한다. 여당 예비후보 간에도 공방이 벌어진다. 여전히 친노, 친문으로 적자(嫡子)를 감별하려 한다. 죽은 전직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까웠나를 따지려는 것이다. 수천 년 전 백제도 지역주의로 소환됐다. 외부 세력과의 전쟁보다 내부 전쟁이 더 치열하다. 모두 퇴행일 뿐이다. 때론 과거와 결별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여당의 경선 승부처는 ‘누가 대통령 지킴이로 적임자일까’로 좁혀진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치졸한 공방은 눈 뜨고 보기가 민망하다. 여당 예비후보 간 적통, 대통령 지킴이 논쟁이 과열을 넘어 자중지란이 일어날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 28일에는 원팀 협약식까지 개최됐다. 이제 그만하라는 얘기다. 야당에서는 입당(윤석열)이냐, 합당(안철수)이냐를 놓고 날밤을 새우고 있다.

익히 봐 왔듯, 정치판에서는 국민이 등을 돌릴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정파적 이익에 몰두해 국가 이익과 국민 복리를 소홀히 하는 정치 세력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조재우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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