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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입에서 '핵'이 사라졌다... 美 반응 보며 '숨고르기' 들어간 北

입력
2021.07.29 00: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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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선 복원한 뒤 '말 도발' 자제

북한이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제7차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제7차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말에서 ‘핵’이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27일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한 직후 일어난 일이다. ‘핵 억제력’을 들먹이며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신뢰 회복의 기틀은 남북관계에서 찾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첫 발신한 유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내부 어려움이 가중된 만큼 인도적 지원 등 미국의 선물을 봐 가며 다음 수순을 준비하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8일 제68주년 정전협정체결일(전승절) 기념 7차 전국노병대회에서 “우리에게 사상 초유의 세계적 보건위기와 장기 봉쇄로 인한 곤난(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관련 언급도 “우리 혁명 무력은 변화되는 그 어떤 정세나 위협에도 대처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더는 전쟁이라는 말이 없을 것”이라며 핵을 입에 올린 것과 대비된다.

기존 패턴에서 벗어난 건 분명하다. 북한은 통상 전승절과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을 전후로 핵 무력을 과시하고, 군사적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단계를 밟았다. 적대 관계에 있는 미국에 군사적 힘을 상기시키면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협상 전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일단 전날 남북이 통신선을 재가동하면서 소통 기반을 마련한 게 컸다. 이런 태도 변화는 심각한 경제난이 배경이 됐다. 김 위원장 스스로 “전쟁 못지않은 시련”이라고 진단할 정도로 식량 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민심을 다잡고 안정적 체제 관리를 위해 눈앞의 고통에 집중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도발 자제의 더 큰 방점은 북미관계 개선에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북한 주민들이 읽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이 실리지도 않았다. 해당 이슈를 ‘성과’로 여길 만한 상대는 내부가 아닌 한미라는 뜻이다.

결국 한미가 어떤 패를 내보이느냐에 따라 북한의 다음 행동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식량난 극복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만큼 식량, 백신 등 인도적 지원과 내달 한미훈련 축소 또는 연기가 담긴 ‘패키지 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말 도발’을 자제하는 등 자극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이 북한이 호응할 만한 성의 있는 조치를 준비했을 때 관계 개선을 위한 징검다리를 차근차근 건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소한의 남북 소통 창구만 구비된 점을 감안해 국제사회 제재를 정면 돌파하는 등 시끄러운 방식이 아닌, 작더라도 북한이 신뢰가 회복됐다고 느낄 만한 실현 가능한 협력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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