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승자에게 보낸 패자의 엄지척! 이다빈 "상대 선수 축하 받을 자격 있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 여자 67kg 초과급 결승. 경기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의 시계가 0초로 멈춘 가운데 한국의 이다빈(25·서울시청) 선수가 힘들어하는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 앞에서 대뜸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곤 활짝 웃었다.
멋진 경기를 펼친 승자를 향한 패자의 축하 세리머니였다. 준결승에서 종료 직전 회심의 '버저비터' 왼발 발차기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올라온 결승. 아쉬움이 두 배로 컸을 법했지만, 이다빈은 찡그리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승자를 인정하고 배려했다.
"제가 이기겠다는 각오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졌다고 그 자리에서 아쉬움을 내비치는 모습을 하면 승리한 선수도 조금 마음이 안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다빈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경기를 할 때 더 간절한 사람이 승리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상대 선수가 조금 더 간절했던 것 같다"며 "승리한 선수는 축하받을 일이니까, 축하를 해줘야 될 것 같았다"며 엄지척을 건넨 의미를 설명했다.
결승만큼이나 명승부였던 준결승전. 이다빈은 비안카 워크던(영국) 선수를 상대로, 25-24 역전승을 거뒀다. 3라운드까지 패색이 짙었지만, 종료 직전 왼발 발차기가 상대 선수의 얼굴에 꽂히며 짜릿한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까지 불과 1초를 남긴 상황이었다.
이다빈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1초가 남았다는 거는 몰랐다"며 "(상대방) 얼굴을 맞히면서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이었는데 초가 그 순간에서 1초에서 0초로 바뀌더라. 그러면서 종료 버튼이 울리고 이겼다는 걸 알고 환호를 했다"며 극적이었던 당시 순간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치열한 경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발차기를 하는 순간) 느낌이 왔고, 진짜 너무 좋았다"고도 했다.
올림픽에서 펄펄 날았지만, 출발 직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1월과 4월 두차례 발목 수술을 받았던 것. 주특기가 발차기인 이다빈에게 두 번의 수술은 치명타였다. 병원에선 '올림픽을 포기해야 될 것 같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다빈은 "어차피 수술을 안 해도 (발목이 아파 출전을) 못하고, 해도 못하는 거라면, 해보고 거기에 맞는 상황에 따라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 이다빈의 은메달 외에 남자 58㎏급 장준(한국체대)과 80㎏ 초과급 인교돈(한국가스공사)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선전했지만,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다빈은 "종주국이다 보니 자존심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들을 (선수들도) 다들 하고는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이제 태권도가 너무 세계적으로 평준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저희도 외국 선수들에게 배울 점은 배우고, 조금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다빈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이름 '이든'을 외치며 "반려견과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