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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영국 여행' 말리는데... 英, 美·EU에 "여행 오라" 손짓

입력
2021.07.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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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美·EU 접종자 입국시 격리 면제 추진
"여름 휴가철 관광객 EU에 몰릴까 우려"
美, 英·EU 여행 금지 유지… 엇갈린 조치

영국의 코로나19 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19일 런던의 옥스퍼드 광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걷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영국의 코로나19 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19일 런던의 옥스퍼드 광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걷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이유로 영국을 상대로 국경 문을 걸어 잠갔음에도, 영국은 오히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해 국경을 활짝 열어젖히려 하고 있다. 백신을 맞은 두 지역 출신 여행객엔 영국 입국 시 검역 절차를 면제해 주기로 사실상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이다. 한 달가량 남은 여름 휴가철 관광업 부흥을 위해 그야말로 사활을 건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미국과 EU에서 건너오는 백신 접종자들에게는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미·EU 보건당국이 각각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항공기 탑승 전 증빙 자료로 제시하면 된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다음주, 즉 8월부터 곧바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두 차례 접종을 마친 관광객은 격리 없이 입국시켜도 안전하다”며 앞장섰고, 그랜트 섑스 교통장관과 올리버 다우든 문화장관도 적극 동조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영국-미국 간의 완전한 여행 재개를 촉진하는 ‘친선의 표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광업계도 크게 반겼다. 영국에서 관광업은 다섯 번째로 규모가 큰 산업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거둔 수익만 284억 파운드(약 45조4,766억 원)에 달한다. 자동차산업보다 50억 파운드(약 8조 65억원) 적은 액수다. 케이트 니콜스 영국접객업협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EU는 영국 관광업 재건에 매우 중요한 두 고객”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EU가 미국인 관광객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탓에 미국발 여행 수요를 EU에 빼앗길까 우려해 이번 조치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런던 히드로 공항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20~25%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EU 공항은 50%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특히 영국이 지난 19일 ‘자유의 날’을 선포하며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한 이후, 감염이 폭증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확진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이번 정책에도 한층 추진력이 붙었다. 영국 내 일일 신규 감염자는 20일 4만6,500명을 기록한 이후 7일 연속 줄고 있다. 22일 3만 명대(3만9,900명)로 내려왔고, 25일엔 2만 명대(2만9,100명)로 떨어지더니 27일에도 2만3,500명을 기록했다. 1만 명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6일 기준 영국의 백신 1차 접종률은 성인 인구 88.2%, 2차 접종 완료율은 70.8%에 달한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7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미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유행을 고려해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도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는 새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7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미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유행을 고려해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도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는 새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다만 영국의 이 같은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미국이 요지부동이다. 미국은 19일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영국에 대한 여행 경보 등급을 가장 높은 4단계(여행 금지 국가)로 상향했고, 26일에도 기존 여행 제한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영국과 EU, 중국 등을 오가는 하늘길을 막겠다는 취지다. 미국에서 영국을 향해 출국하는 것도, 그 반대 경우도 모두 제한된다.

영국과 EU는 “미국의 여행 규제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보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훨씬 심각한 데다, 백신 접종률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다. 이미 집단 면역에 근접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영국은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49%)와 EU(46%)의 접종 완료율은 거의 비슷하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유럽의회 대미관계 대표단 단장은 “호혜주의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관광 때문이 아니라, 미국엔 1년 넘게 가족을 만나지 못한 유럽인 수천 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영국, EU 등과 실무그룹을 구성해 국제여행 제한 완화 여부를 살피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LBC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평상시처럼 미국인들이 자유롭게 영국을 여행하기를 바란다. 실무그룹 내에서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 대(對)영국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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