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美경찰 "이라크 전쟁보다 두려웠다"는데…공화당, 의사당 폭거 모르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에 파병됐을 때보다 국회의사당에서 일하는 것이 더 두려웠다. 이렇게 죽을 것만 같았다.”
(애킬리노 거널 미국 의회경찰국 경찰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열린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 청문회에서 나온 한 경찰관의 증언이다. 올해 1월 6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의회 인준 투표 당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에 의한 폭거가 발생한 지 6개월 21일 만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의회 소속 경찰관들이 이 같은 진술을 쏟아냈음에도, 공화당 일각에선 일말의 반성조차 없이 “정치적 사기극”이라는 당파적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어 여론의 역풍도 일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경찰관 4명은 한목소리로 아찔했던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털어놨다. 폭도들의 집단구타로 뇌를 다친 마이클 패넌 경관은 “폭행을 당하던 순간, 주변에서 ‘경찰 총을 빼앗아서 그 총으로 경찰을 쏴 버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애킬리노 거널 경관은 “이라크에서 전쟁 구역에 있었던 내 경험으로도 1월 6일 우리한테 들이닥친 상황엔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그날 우리는 중세 시대 격투 같은 일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난입자들에게 방패와 보호구를 빼앗기고 사지가 잡아당겨지는 등 공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흑인인 해리 던 경관은 당시 대치 중이었던 시위대 20여 명이 자신을 향해 “깜둥이가 바이든한테 투표했다”며 인종차별적 단어를 반복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 밝혀 달라’고 간청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대니얼 해지스 경관도 “테러리스트의 엄지손가락이 내 오른쪽 눈을 찔러서 (눈알을) 빼내려고 애썼다”며 공권력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비판했다.
공화당은 이번 청문회를 애써 무시하려는 모습이다.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공화당 의원은 “당파주의에 눈이 멀어 미국의 기적을 버릴 것인가”라며 반(反)트럼프 입장을 분명히 한 리즈 체니(와이오밍) 의원과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의원, 이렇게 둘뿐이었다. 공화당 주류는 되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표적으로 삼고 역공을 가하려 하고 있다. NYT는 “공화당 지도자들이 의사당에서 발생한 비극에 대해 하원의장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당시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였던 미치 매코널도 의사당에 있었는데, 공화당은 매코널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을 향한 비난은 향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폴 윌드먼 정치 담당 칼럼니스트는 “모든 비디오와 보고서, 유죄 인정과 증언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공화당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을 촉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WP 칼럼니스트인 데이나 밀뱅크도 “공화당이 테러리스트의 손을 잡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화살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미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조차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언해야 할 것”이라며 그를 정조준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