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져도, 톡 쏴도 난리… 이재명의 '사이다 화법' 딜레마

입력
2021.07.27 21:30
수정
2021.07.27 21:3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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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청 신관 제1회의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7일 경기도청 신관 제1회의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본경선 레이스를 달구고 있다.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질문에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응수하고 호남 집권 불가론으로 해석된 '백제 발언' 등 설화가 이어지면서다. 이 지사를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렸던 '사이다 화법'이 발목을 잡는 역설적 상황에 빠진 셈이다.

이 지사는 예비경선 초반에는 상대 후보의 공세에 대응을 자제했다. 여당 1위 후보로서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전략이었다. 2017년 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추격 주자로서 1위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친문재인계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트라우마를 의식해서다. 그러나 장기인 '사이다 발언'을 자제한 것은 결과적으로 전략상 실패였다는 게 캠프의 진단이었다. 이 지사 캠프는 본경선에 돌입과 동시에 "부자 몸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짓고 사이다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선주자의 입이 너무 거칠다"며 도마에 올랐다. 이 지사가 15일 TBS 라디오에서 "정말로 필요한 민생에 관한 것(법안)은 과감하게 날치기해 줘야 된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야권에서는 아예 "조폭 정치"라며 공세를 폈다.

여권 대선주자 중 1위인 이 지사가 당내 경쟁주자는 물론 야당의 공세를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맞대응하기 위한 이 지사의 발언이 매번 구설에 오르는 것은 '불안한 대선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는 점에서 캠프 내 우려가 크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아도, 거침없이 쏟아내도 비판받는 딜레마에 갇힌 셈이다.

이 지사 캠프는 이전의 수세적인 모습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다움'을 포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캠프에 따르면, 이 지사가 '사이다 본능'을 회복하면서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세도 주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 캠프에 참여한 한 의원은 "이 지사 특유의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에 국민들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며 "논란성 발언이 나오더라도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는 본인답게 할 말을 하되, 그로 인한 공격에 대해선 캠프에서 일사불란하게 반격할 방침"이라고 했다.

다만 '백제 발언'에 대한 이 전 대표의 공세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번 일은 억울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다"며 격분했다고 한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뜻(호남 비하)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이 지사가) 트집을 잡힐 오해를 살 만한 말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대선주자의 말이 많으면 그만큼 상대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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