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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박스 20개월 여아사망' 사건의 겉과 속

입력
2021.07.27 19:00
25면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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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사라진 손녀를 찾았다. 딸은 아이가 학대로 인해 죽었다고 답했다. 외할머니는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이 사건은 ‘아이스박스에서 숨진 20개월 여아’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가해자는 친아버지였다. 20개월 된 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자기가 칭얼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20개월의 아이를 두고 아빠는 이불을 씌워 두들겨 팼다. 정상적인 20개월가량의 아이가 11㎏가량 된다고 가정했을 때, 10㎏ 내외의 아이는 성난 성인 남자의 분노를 온몸으로 감당했어야 했다. 아이 온몸의 뼈는 부러졌고, 아이는 사망했다. 붙잡힌 가해자는 혐의를 시인하면서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아이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몇 가지 비난과 의심을 던진다. 그 내용은 대략 아이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어떻게 자기 아이를 두들겨 팰 수 있는가? 사망시점이 6월인데 어떻게 아동학대 신고가 하나도 없었는가? 엄마는 왜 신고하지 않았는가? 등으로 요약된다.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 속의 생활고라는 문제는 개인의 상식을 넘어선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잠재된 위험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생활고 자체로 이 사건이 발생했을 리는 만무하다. 생활고와 이 생활고를 완화해주는 사회적 장치의 부재, 그리고 개인의 폭력성의 조합이 낳은 폭탄이었다.

아이의 죽음은 왜 이렇게 늦게 세상에 알려졌는가? 가해자가 부모였기 때문이고, 코로나라는 예외를 인정하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는 신고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발생한 학대는 부모가 발견하고 신고자가 되지만, 집안에서 발생한 학대는 발각되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거나 외부의 누군가가 아이를 살필 기회가 있어야 아이의 학대 정황이 발견된다. 이 아이는 너무 어렸고, 코로나로 모든 상황이 예외가 되었다. 즉, 접종이 늦어지는 것도, 병원에 안 가는 것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것도 모두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취약한 아이들은 더욱 취약해졌고,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의 눈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숨겨졌다. 20개월의 아이도 코로나로 더욱 취약해졌다.

신고하지 않은 엄마는 과연 공모자였는가? 신고한 외할머니를 제외한 모든 이가 공모자로 지목하고 책임을 묻고 싶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 저 멀리서 분노 말고는 해줄 수 없는 무기력감에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남편의 협박으로 신고하지 못하고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숨겼다는 친모의 말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도 수년간 가정폭력의 희생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 여성이 숨진 아이를 앞에 두고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몰랐을 리 없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입장이었다면 다르다. 무기력감과 공포 속에 살아온 여성은 자신의 생존이라도 지키기 위해 친부의 폭력 앞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고 하지만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지 범인류적 합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위기의 가정 속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합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스박스 속의 죽은 아이를 두고 사람들은 질문과 추측을 쏟아내지만 비난을 위한 그것이 아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도 해결되지 않은 생활고, 가정에서 학습된 폭력성, 취약한 아이, 그리고 가정폭력이라는 방치된 조합은 또 다른 먹먹한 희생을 낳을 것이다. 오늘의 추측이 내일의 뉴스가 되는 것이 두렵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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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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