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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마린보이’ 황선우, 박태환과 달리 ‘엇박자 영법’ 단거리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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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18·서울체고) 앞에는 ‘제2의 박태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 수영에서 박태환(31)이라는 존재가 컸기에, 유망주가 배출될 때마다 이렇게 불렸다. 그러나 황선우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인 도쿄 대회에서 잇단 한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까지 세우며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
황선우와 박태환은 13세의 나이 차 때문에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타고난 재능에 성실함을 더해 서구 선수들과 동등한 대열에 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선우는 박태환과 비슷한 체격을 갖고 있다. 아직 성장기인데도 키는 3㎝ 더 큰 186㎝이고 발 크기는 285㎜로 같다. 몸무게는 72㎏으로, 근육량을 키운 2012 런던 대회시절 박태환보다 5㎏ 아직 가볍다. 윙스팬(팔 너비)도 박태환처럼 자신의 키보다 큰 193㎝이나 돼, 물속에서 프로펠러 구실을 하기에 유리한 신체를 보유했다.
두 영웅의 운동신경에는 차이가 있다. 박태환은 도성초 6년 시절 교사 추천으로 육상 대표로 나서서 소년체육대회 출전권을 따냈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반면 황선우는 스스로 “운동 신경이 좋지 못해 축구, 달리기를 못 한다. 힘이 부족하고 폐활량도 크지 않다”고 말한다. 키보다 근육량이 적고 가벼운 탓인데, 물 위에선 이런 조건이 장점이 된다. 국가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한 김효열 전북수영연맹 코치는 “전신 수영복을 입으면 자연스레 몸이 뜨는 것처럼 두 선수 모두 부력이 좋은 신체를 갖고 있다”며 “황선우는 여기에 몸이 가벼워 물에 둥둥 떠 흘러가는 식의 효과를 보고, 힘은 쓸 타이밍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시너지가 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두 선수 모두 유연한 폼을 기반으로 한 영법을 구사한다. 수영계에 표현하는 타고난 물감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영법에서 큰 차이는 있다. 황선우는 엇박자 수영으로 불리는 ‘로핑 영법(loping stroke)’을 구사한다. 보통 오른팔과 왼팔이 같은 박자로 스트로크를 하는 것과 다르게 황선우는 오른팔을 길게 뻗어 힘을 더 싣고, 왼쪽은 짧고 빠르게 돌린다. 호흡도 오른쪽으로만 고개를 돌려 한다. 자칫 물속에서 균형을 잃을 수도 있고 체력 소모가 크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붙일 수 있어 단거리 선수인 황선우에겐 적합한 영법이다.
박태환은 은퇴 전까지 고집스러운 완벽한 좌우 밸런스를 기반으로 한 기본 영법을 선보였다. 이런 영법 차이가 결국 박태환은 중장거리를, 황선우는 단거리를 각각 선호하게 된 듯하다. 손성욱 서울체고 코치는 “선우는 어릴 적부터 일반 선수들이 사용하지 않는 로핑을 썼다고 한다. 중학교 전학 시엔 이미 영법을 완벽히 구사했고, 오른쪽에 힘을 더 실어도 양쪽 균형이 잘 맞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다”며 “고교 시절에도 가끔 밸런스가 틀어졌을 때 바로잡아줬을 뿐 영법에 큰 변화를 겪진 않았고 대신 부족한 킥과 턴 동작을 집중 보완했다”고 귀띔했다.
두 선수 성장에는 스승들의 가르침이 크다. 천식 치료를 위해 수영에 입문한 박태환은 노민상 전 수영대표팀 감독에게 7세에 발탁돼 2008 베이징 대회 때까지 동고동락해왔다. 학교가 아닌 사설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를 받으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황선우는 수영 동호회 출신인 부모를 따라 5세 때부터 수영을 즐겨왔다. 소년체전 등 대회 성적보다는 수영장에서 노는 게 좋았던 황선우다. 2017년 일반 중학교에서 서울체중으로 전학한 것도 마음 놓고 수영 연습을 하고 싶어서였다. 전동현 서울체고 코치는 “선우 부모께서 전학 전에 가장 중시했던 부분이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느냐였다. 수영클럽 등의 교육은 선우에게 양에 차지 않아 학교 교육을 받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황선우에게는 또 다른 스승이 있다. SNS 시대에 살고 있는 선수답게 익숙한 유튜브 등을 통해 좋아하는 수영 선수의 훈련방법, 기술 등을 보고 익히는 식이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수영에 대한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수영 영상을 즐겨 찾아보고, 각종 기록까지 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이 세운 200m 기록이 세계주니어 신기록인지 선우가 가장 먼저 발견해 알렸다”고 말했다.
두 선수를 가르친 지도자들은 이런 성장 배경으로 강인한 정신력과 특유의 성실함을 꼽는다. 황선우는 아직 박태환이 성인 이후 진행한 엄청난 훈련량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1년 중 하루도 빼놓지 않고 훈련하는 자기관리에 혀를 내두른다.
황선우는 여기에 넉넉한 배짱과 긴장하지 않고 수영을 즐겨 18세 나이에도, 전성기 박태환을 능가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감독은 “타고난 재능은 유명 선수들에게 뒤질지 몰라도 수영을 좋아하고 즐기는 열정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며 “시합조차 물놀이 일부로 보기에 강박감이나 긴장 없이 만족스러운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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