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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에 백신 요청했다는 국방장관, 외교부는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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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 백신 접종을 위해 현지 오만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외교부는 국방부의 협조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무관이 오만 당국 실무자와 두 차례 통화한 것이 전부였던 탓이다. 외교적 협의로 볼 수 없는 단순 실무 문의를 두고 군 당국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면피성’ 해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 장관은 2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엔에 협조를 구하는 등 현지 백신 접종을 추진했느냐’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백신을 현지로 보내는 문제를 놓고 오만 정부에 협조를 구했는데 잘 안 됐다”고 답했다. 오만은 청해부대가 주로 기항하는 국가다. 서 장관은 “그곳(오만)에 있는 백신도 맞힐 수 없고, 우리 백신을 가져가서 맞히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거듭 군 당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국내에서 백신을 맞지 못하고 올 2월 출항한 청해부대원들의 접종 문제를 아예 외면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도 “2월 오만에 있는 우리 무관이 현지 보건당국 관계자와 두 번 유선으로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오만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이유로 국적자와 거주비자 소지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할 만큼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상대국 상황에다 백신 접종은 장관급에서 외교 총력전을 펴도 성사가 될까말까한 사안인데, 실무자 청원만으로 협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외교 당국은 설명한다.
실제 군 당국은 오만 정부 설득을 위해 외교부와 어떤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부서들은 하나같이 “군 당국의 협조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심지어 현지 한국대사관에도 협조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 장관의 발언은 기존 국방부 해명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청해부대원 노(NO)백신 사태’에 대해 국방부는 “백신을 해외로 보낼 경우 별도 협의가 필요하고 설령 반출이 되더라도 이상반응 우려로 접종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지 접종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하다가 갑자기 국회의 질타가 예상되자 ‘무관의 두 차례 통화’를 외교적 노력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장관이 직접 협조 거부의 주체로 ‘오만 정부’를 거론한 점 역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오만 무스카트항과 살랄라항은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의 주요 거점이다. 청해부대에 대한 안정적 군수지원을 위해선 오만 군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서 장관의 언급은 마치 승조원들이 백신을 맞지 못한 원인이 오만의 까다로운 태도 때문인 것처럼 비쳐져 오해를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이날 회의에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청해부대 34진의 작전구역을 변경할 당시 군 수뇌부의 의견이 배제됐던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해군 수장인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날 국방위에서 ‘NSC가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변경할 때 합동참모회의 의결 절차도 있었느냐’는 육군 중장 출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합참 의결로 작전지역을 변경한 사례는 없고 통상 NSC에서 토의를 거쳐 이뤄진다”고 답했다. 기존 작전구역보다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이동했지만 이번에도 군 수뇌부 의견은 비중 있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군 당국은 앞으로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해외파병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내용의 개선안을 보고했다. 현재 파병 장병 1,010명 중 56명은 본인 판단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나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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