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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산업자의 일갈 "사기꾼에 놀아난 사회지도층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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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을 하지 않았는데 아직도 ‘수산업자’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사기꾼 수산업자'라고도 하던데 그러면 수산업자들 모두 사기꾼이란 말 아닙니까."
26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에서 만난 김성호(52)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수연) 회장은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 사건을 이야기하며 시종일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김 회장은 "김씨가 수년간 수산업계 재력가라고 소개하고 다녀서 처음엔 진짜 수산업자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가짜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느냐"라며 "그런데도 여전히 그를 수산업자라고 부르고 심지어 '수산업자 게이트'라고도 말해, 진짜 수산업자로서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김성호 회장이 이끄는 한수연은 수산업체를 경영하거나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민들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 수가 3만5,000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어업인 단체다. 1991년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어업 자금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어민을 선발하기 위해 만든 전국어업인 후계자연합회가 한수연의 전신이다.
한수연은 해마다 해수부 공고를 통해 회원을 모집하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가입할 수 있다. 한수연 회원이 되면 선박이나 어구 구입, 수산업체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대출받는다. 정부 지원이 많아 선발 때마다 3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김성호 회장은 “한수연은 진짜 수산업자들이 모인 조직”이라며 “오징어 배가 수십 척이라고 떠들고 다닌 사기꾼 김씨가 진짜 회원이라면 당연히 가입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호(남양수산 대표)회장은 2019년 12월 선거를 통해 제17대 회장에 당선돼 3년째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독도 인근까지 가서 오징어를 잡는 40톤 규모 채낚기 어선 여러 척을 보유한 선주이면서, 대를 이어 오징어를 가공해 파는 수산업체 대표다.
김 회장은 공교롭게 사기꾼 김씨와 같은 포항 구룡포읍 병포리에서 태어났다. 김 회장이 운영하는 오징어 가공공장은 사기꾼 김씨가 가짜 수산업체로 등록한 집과 불과 800m 거리에 있다. 김 회장은 "김씨가 10년 전쯤에는 초·중학교 동창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큰 피해를 입히더니 이번에는 고향을 팔아 동네 전체에 망신을 줬다"며 "구룡포 사람들도 김씨 때문에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사기꾼 김씨는 2008년 구룡포읍에 나타나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됐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만 골라 "개인회생과 파산절차를 도와주겠다"면서 돈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김씨는 변호사 사무장과 아무 관련이 없었고, 친구들과 약속한 일도 전혀 처리하지 않았다. 그의 말만 믿고 돈을 건넨 피해자는 36명, 피해액은 1억6,000만 원에 달했다.
김성호 회장은 재력가 행세를 한 김씨 말만 믿고 고급 수산물과 금품을 받은 유력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비판했다. 그는 "중국 어선의 불법 싹쓸이 조업 탓에 오징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는데, 김씨가 이를 알고 선동오징어를 미리 사두면 돈이 된다고 사기를 쳤더라"며 "유력 정치인들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진짜 수산업자의 목소리는 외면하더니, 가짜 수산업자의 거짓말은 왜 그렇게 쉽사리 믿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정치인들이 반성하고 사죄하기는커녕 '값싼 수산물을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수사기관에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다시는 김씨와 같은 잡범이 수산업자를 사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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