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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최재형이 외면하면 안 될 민심

입력
2021.07.26 18:00
수정
2021.07.26 18: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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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권 실패로 시대정신 퇴색했지만
공정ㆍ정의ㆍ번영은 여전한 당면 가치
反文 넘어 김동연식 실천 비전 내놔야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국회사진기자단, 대전=뉴스1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국회사진기자단, 대전=뉴스1

문재인 정권의 국정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권 대선주자들이 또 한번의 지지를 요구하며 은근히 내세우는 주장 가운데 하나는 ‘선한 의지’다. 어찌어찌 힘겨운 상황이 됐지만 본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시도였으니,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위기를 넘어 끝내 선의를 완수하겠다는 호소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주장은 결코 온당치 않다. 공정과 정의, 번영 등 현 정권이 국정 어젠다의 토대로 내세운 기본가치들은 진보 진영만의 선의라고 보기 어렵다. 돌아보면 2017년 대선 당시 ‘1대 99’ 구조로 치닫는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 사회ㆍ경제적 불공정 혁파를 위한 공정과 정의의 신장, 새로운 국가 번영의 토대 구축을 위한 시스템 개혁 등은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었다.

현 정권은 무지와 무능으로 그 시대정신 구현에 필요한 적절한 시책을 펴는 데 실패했다. 더욱이 정권 핵심부의 ‘내로남불’ 위선까지 불거지면서 공정과 정의, 번영의 가치까지 불신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 여권 주자들은 선의를 호소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실정으로 시대정신의 당위성까지 훼손시킨 데 대해 뼈를 깎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대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절실한 국가 경장의 기본방향이다. 공정과 정의, 번영이라는 간명한 개념어로 표현되지만, 사회 양극화 현상 및 구조의 개선과 양극화에 따라 점점 심각해지는 불공정의 보정, 그리고 번영의 지속을 위한 국가시스템 개혁 등에 대한 절실한 사회적 요구가 압축된 실천적 목표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현 정권이 지난 4년여간 허송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시대정신에 입각한 개혁의 추진은 더욱 시급해졌다.

국민도 그 절실함을 통찰하고 있다고 본다. 현 정권의 전반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는 건 단순히 ‘문파’의 영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단 현 정권이 치켜든 개혁 깃발에 대한 미련과, 보수 야당이 향후 제대로 된 국가시스템 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복합적으로 민심의 저류에 흐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야권 대선주자들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려면 이제 단순 반문(反文)을 넘어 시대정신 구현을 위한 국가 경장과 시스템 개혁의 소명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 정권과 반대로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철 지난 자유방임적 시장주의를 노래하거나, 구태의연한 노동관을 드러냄으로써 미래 지향적 개혁은커녕 나라를 과거로 퇴행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어 딱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누가 뭐래도 가장 잠재력이 큰 보수 대권주자다. 하지만 아직은 나라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나선 ‘노블레스오블리주’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같은 최고위 공직자 출신이지만 은인자중하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저서 ‘대한민국 금기깨기’를 통해 현 정권의 한계를 지적하되, 시대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국가시스템 개혁의 비전을 제시한다.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바꾸기 위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부터 보편적 소득안전망 구축 등이 제안의 구체적 내용들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야권이 분열하면 대선은 필패”라고 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를 해도 올바른 국가 경장의 비전을 내지 못하면 민심을 얻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이든 최 전 원장이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면 스스로 시대정신에 따른 경장론을 정립하든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김 전 부총리와 힘을 합치는 게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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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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