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후 더 단단했던 진종오, 22세 어린 후배와 반전 드라마 쓴다

입력
2021.07.26 16:38
수정
2021.07.26 16:4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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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추가은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출전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가 24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한 진종오는 후배 추가은과 함께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 출전한다. 도쿄=뉴시스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가 24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한 진종오는 후배 추가은과 함께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 출전한다. 도쿄=뉴시스


"사격을 말할 때 내 이름 석자가 떠오를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여자 사격 국가대표 추가은(20·IBK기업은행)의 목표는 대표팀 선배 진종오(42·서울시청)처럼 되는 것이다. 진종오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50m 권총 3개, 10m 공기권총 1개), 은메달 2개(50m 권총 1개, 10m 공기권총 1개)를 거머쥔 '사격의 신'이다. 국제 사격 무대에 나가면 진종오는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미국)나 육상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같은 '1인자 대접'을 받는다.

추가은이 '롤 모델' 진종오와 함께 역사적인 도전에 나선다. 두 선수는 27일 2020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 출전한다. 사격 혼성 종목은 이번 올림픽에서 신설됐다. 추가은은 여자 10m 공기권총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한 기대주다.

진종오나 추가은 모두 이번 대회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선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진종오의 탈락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가 올림픽에서 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진종오는 경기 뒤 "아쉽다. 많이 아쉽다"라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추가은이 20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추가은이 20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진종오는 늘 마지막에 웃는 선수였다. 그는 올림픽에서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기는커녕 더욱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보여주곤 했다.

진종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내내 뒤지다가 마지막 격발에서 10.2점을 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016년 리우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도 9번째 격발에서 6.6점을 쏘며 치명적 실수를 했지만, 남은 두 발에서 10점과 9.3점을 쏘며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인 첫 올림픽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1차전을 9위로 마치고, 4차전까지 7위였지만 마지막 5차전에서 2위에 오르며 올림픽 대표팀에 극적으로 승선했다. 진종오는 지난 6월 유튜브로 진행된 사격대표팀 인터뷰를 통해 "국가대표 선발전 3차전을 마친 뒤 한 지도자가 '종오, 이제 사격 그만해라. 은퇴해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상처가 됐지만, 동기부여도 됐다. 최종전(5차전)에 판세를 뒤엎고 싶었다. 은퇴를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하고 싶지 않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승부사 기질은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7발째에 6.9점이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은메달에 그쳤다. 그때 아픔을 통해 '한 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20일 아사카 사격장에서 훈련을 하던 중 대화를 하고 있는 진종오와 추가은. 도쿄=연합뉴스

20일 아사카 사격장에서 훈련을 하던 중 대화를 하고 있는 진종오와 추가은. 도쿄=연합뉴스


이제 도쿄 무대에서 또 한번 혼을 담아 한 발을 쏴야 할 시점이다. 이번엔 22세 어린 후배를 이끌어야 하기에 어깨가 더 무겁다.

진종오가 사격 혼성에서 올림픽 메달을 추가하면 양궁의 김수녕(금4, 은1, 동1)을 넘어 한국인 최다 올림픽 메달(7개)이라는 새 기록을 쓴다. 나아가 중국의 왕이푸(금2, 은1, 동3)를 제치고 사격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도 달성한다. 만일 진종오가 금메달을 딴다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금메달 신기록도 세운다. 현재는 김수녕과 동계올림픽의 전이경(빙상)이 4개로 진종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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