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여홍철 ‘부전여전’ 신화, 이제 딱 하나 남았다

입력
2021.07.26 16:40
수정
2021.07.26 16:4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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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金→독자 기술→다음은?
독자 기술 '여서정' 앞세워 올림픽 메달 도전
메달 획득 시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 신기원

여서정이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여서정이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아빠가 걸은 그 길을 딸이 그대로 걷는다. 대를 이어 아시아 무대를 평정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독자 기술도 개발했다. 이제 ‘부전여전 신화’까지 남은 목표는 오직 하나,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 기계체조 ‘도마 가문’의 딸 여서정(19)이 아빠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의 뒤를 이어 25년 만에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는다.

여서정은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에서 1, 2차 시기 평균 합계 14.800점을 받아 전체 5위로 상위 8명이 나서는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순위는 다섯 번째지만 결선에 나가는 선수를 국가당 2명으로 제한하기에 여서정은 예선 4위로 결선에 오른다. 미국은 당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시몬 바일스가 1위를 차지하는 등 3명이 1, 2, 4위를 휩쓸었다. 대회 결선은 8월 1일 펼쳐진다. 여서정이 메달 꿈에 한 발짝 가까워지면서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피보다 진한 ‘체조 DNA’를 물려받은 여서정은 아빠와 ‘붕어빵 행보’를 이어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기계체조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다. 딸보다 앞서 여 교수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과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부녀는 각각 선수로, 방송해설위원으로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감격적인 상봉을 했고, 여서정은 “도쿄올림픽에서 아버지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여서정이 2018년 국가대표 선발전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여서정이 2018년 국가대표 선발전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녀는 또한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칙집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독자 기술을 등재했다. 여 교수가 ‘여1’, ‘여2’라는 신기술을 창시한 데 이어 여서정은 양손으로 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두 바퀴를 비틀어 내리는 ‘여서정’ 기술을 2019년 6월 제주 국제체조대회에서 성공시키며 부녀가 독자 기술을 세계에 보급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이제 여서정은 난도 6.2점짜리 신기술 ‘여서정’을 앞세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아버지를 따라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예선에서는 비장의 카드를 아껴두고 난도 5.8점, 5.4점짜리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3위 브라질 선수와는 0.3점 차라 ‘여서정’을 완벽하게 구사한다면 메달을 기대할 수도 있다. 여서정은 “난도 점수가 높은 기술로 결선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체조 선수 출신인 부모님을 따라 8세 때 체조를 시작한 여서정은 줄곧 ‘아빠의 그늘’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 여홍철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며 스스로 부담감에 짓눌렸다. 급기야 부모님에게 체조를 그만두고 싶다는 투정도 여러 차례 부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여 교수는 “남을 위해 운동하는 게 아니라 너를 위해서 해라”며 딸을 달랬다. 마음을 다잡은 여서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큰 짐을 내려놓고,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갔다. 그리고 이제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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