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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실컷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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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기어이 열렸다. 올림픽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개막식 직전까지도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이고 걱정도 많았지만 개최국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밀어붙였다. 그렇게 '2020 도쿄올림픽'은 1년이 지난 2021년 시작했다.
이제 선수들을 응원할 시간이다. 여건 자체는 좋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숨 막히는 바깥 날씨 때문에 시원한 실내에서 경기 볼 시간이 많아졌다. 일본은 우리와 시차가 없어 유럽에서처럼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잠을 줄여가며 챙겨보지 않아도 된다.
제일 중요한 건 볼 만한 경기가 많다는 것. 지금까지는 이변의 연속이다. 펜싱, 태권도, 유도, 양궁 등에서 세계 랭킹 상위권에 있거나 상대적으로 메달 따기 쉬운 대진표에 배정받은 선수나 팀 중 상당수가 랭킹 낮은 선수에게 속절없이 지고 있다.
그중 한국 선수들도 있어 안타깝지만 세계선수권대회나 해당 종목의 다른 대회에서는 번번이 지던 선수들이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만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이게 바로 올림픽의 묘미 아닐까. 모든 종목 선수들이 4년에 한 번 한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루는 올림픽은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지켜본다. 평소 해당 종목에 큰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때만큼은 경기를 챙긴다.
그 때문에 선수들은 올림픽과 다른 경기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들 한다. 올림픽 전까지 압도적 1위를 차지하던 선수들이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반면 이들을 이기고 '사고 치는' 선수들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국제 대회가 많지 않다 보니 상대 국가 선수들을 만나 경기를 치르며 전력을 탐색하는 기회도 다른 올림픽 때보다 적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예측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특히 더 그럴 수 있다는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10대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6일 양궁 2관왕에 오른 김제덕(17)의 쩌렁쩌렁한 '코리아 파이팅'과 거침없는 활쏘기를 보노라면 속이 다 시원했다.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17)이 다섯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룩셈부르크의 백전 노장 니시아리안(58)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요다의 대결을 보는 것 같았다"는 한 누리꾼의 말처럼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예선부터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수영 결선에 진출한 황선우(18), 아빠 여홍철의 뒤를 이어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체조 여서정(19), '셔틀콕 천재' 여자 배드민턴 단식 안세영(19)까지.
이들 모두 생애 첫 올림픽 출전. 사실 과거에는 10대의 올림픽 출전은 미래를 내다보고 경험을 쌓는 정도로 여겼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이들은 실력을 갖춘 데다 노련한 상대방에 주눅 들지 않는 배짱도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좋아하는 아티스트, 먹고 싶은 간식도 주저없이 말하고 대중과 소통도 어렵지 않게 한다.
다음 달 8일 폐막까지 남은 2주. 위풍당당 10대의 활약에 힘껏 박수치며 즐기자. 그러다 보면 더위는 잊을 것이며 코로나19 확산세도 한풀 꺾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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