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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현정화를 잇는 김제덕의 '파이팅'... 답답한 국민들에게 외친 통쾌한 '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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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 당시 19세 소녀였던 현정화가 내뱉던 가녀리지만 쨍한 목소리의 이 기합은 함께 경기를 하는 양영자뿐만 아니라 방송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온 국민들에게까지 힘을 불어넣어주는 마력이 있었다. 현정화-양영자 조가 탁구 세계 최강인 중국의 자오즈민-첸징 조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후 ‘현정화표 파이팅’은 당시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33년 후 도쿄 하늘에 울려 퍼진 ‘파이팅’ 기합이 또다시 국민들의 가슴을 통쾌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경기장이 떠나갈 듯 포효에 가까운 17세 소년의 외침이었다.
주인공은 한국 양궁 혼성 단체전 멤버로 나선 대표팀 막내인 김제덕(경북일고)이다. 그는 사대에 나설 때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무관중으로 치러진 터라 우렁찬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김제덕은 24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올림픽 양궁 혼성단체전에서 안산(20·광주여대)과 조를 이뤄 결승에 진출, 네덜란드의 가브리엘라 슬루서르-스테버 베일러르 조를 세트 점수 5-3(35-38 37-36 36-33 39-39)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에 안긴 대회 첫 메달이자 첫 금메달이다.
유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되던 다른 종목에서 탈락이 이어진 가운데 김제덕-안산의 금메달 소식은 한국 선수단에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특히 김제덕은 사자후에 가까운 '파이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파이팅", "코리아 파이팅" 종류도 다양했다.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간혹 안산도 무의식적으로 귀를 막기도 했다.
하지만 주춤할 때마다 김제덕의 외침은 안산에게 큰 힘이 됐다. 안산은 "김제덕 선수가 최대한 파이팅을 크게 외쳐 덩달아 긴장이 풀리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사선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궁은 심리가 바탕이 되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누가 더 평정심을 유지하며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경기 도중 과한 세리머니가 없는 이유다.
김제덕도 평소 이렇게 크게 소리를 치던 선수가 아니었다. 올림픽 전 시뮬레이션 훈련에서부터 긴장이 많이 된다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제덕이도 처음에는 안 하다가 내가 '파이팅 좀 크게 외치자'고 했다. 그런데 저렇게 크게 할 줄은 몰랐다. 대표팀 형들도 자체 경기를 할 때, 여러 번 놀라더라. 어려서 그런지 씩씩하게 잘 한다"며 웃었다.
김제덕은 결승은 물론 앞선 16강과 8강, 4강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특유의 '파이팅'을 외치며 상대의 관록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 기에 눌리지 않는 동시에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효과다. 김제덕은 "셀 수 없이 (파이팅을) 외쳤다. 기분 좋았을 때는 기합을 크게 넣었고, 쏘기 전 준비 시간에도 파이팅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답답한 국민들에게 통쾌한 '파이팅'을 들려준 김제덕은 26일 단체전, 31일 개인전을 통해 올림픽 최초 양궁 3관왕의 새 역사 도전에 나선다. 김제덕도 3관왕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첫 금메달을 따낸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제 돼지꿈, 용꿈은 아니었지만 뱀꿈을 꿨다.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 있었다”며 다관왕 욕심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아주 좋은 기운이라고 생각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다. 열심히 해야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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