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확진자 110명…역사상 가장 불안한 올림픽 막 오른다

입력
2021.07.23 18:15
N면
구독

일본 신규 확진자 수 두 달 만에 5,000명 돌파?
23일 선수 및 대회 관계자 신규 확진자 19명 추가
올림픽 선수촌, 허술한 방역 관리도 도마에
아사히 '이상한 올림픽'...대회 중단 가능성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역대 가장 불안한 올림픽이 곧 개막한다.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선수 및 대회 관계자들의 감염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 내 방역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악의 경우 올림픽이 중간에 폐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언급되고 있다.


도쿄 6개월 만에 확진자 수 최다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397명을 기록했다. 일일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돌파한 것은 지난 5월 20일(5,712명) 이후 63일 만이다. 특히 올림픽 경기가 주로 열리는 도쿄도에서 1,97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도쿄도 기준 지난 1월 15일(2,044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올림픽 내부 확진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3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 19명이 추가돼 7월 1일부터 이날까지 감염이 확인된 올림픽 관계자만 총 110명이다. 이 중 13명이 올림픽 참가 선수다. 이날 확진된 선수는 앞서 감염이 확인된 체코 비치 발리볼 선수와 밀접 접촉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을 앞두고 도쿄 내 시위 인파 등이 몰려들면서 감염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오후 올림픽 성화가 도쿄에 도착하자 도쿄도청 앞에는 수백 명의 일본인 시위대가 올림픽 취소를 촉구하며 운집했다.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도 수백 명의 시위대와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나마에시씨는 “아직도 올림픽 취소가 너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올림픽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며 “일본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올림픽을 강행하고 있다”고 자국 올림픽 개최를 비판했다.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앞 오륜기 조형물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앞 오륜기 조형물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폭염에 노 마스크…선수촌 이탈에 방역 규칙도 안 지켜

코로나19 확산에 지난 12일 도쿄도에 네 번째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하고 방역 지침을 강화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긴급사태가 네 차례나 반복되면서 시민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일일 확진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폭염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올림픽 연휴 등으로 외출 인파도 많아지고 있다.

올림픽 숙소 내 방역 지침도 유명무실이다. 조직위는 당초 △매일 유전자증폭(PCR) 검사 시행 △활동 범위 숙박시설, 연습장, 경기장으로 제한 △올림픽 전용 차량 외의 대중교통 이용 불가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다른 선수와 2m 거리 두기 △상대 선수와의 악수 및 포옹 등 밀접 접촉 금지 등 올림픽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방역 지침(플레이북)과 이를 어겼을 시 강력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만 명의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이 이를 잘 지키는지 관리·감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집단감염 우려마저 커지면서 미국 체조 대표팀 등 일부 대표팀들이 선수촌에서 이탈해 호텔 등으로 숙소를 옮기면서 사실상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올림픽 관계자가 입국 당일 스키지 수산시장 등을 방문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본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와 대회 관계자가 총 110명으로 늘어났다. 사진은 도쿄 올림픽 선수촌 모습. 도쿄=뉴스1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본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와 대회 관계자가 총 110명으로 늘어났다. 사진은 도쿄 올림픽 선수촌 모습. 도쿄=뉴스1


‘세계적 대유행 속에 파티가 열린다’ 비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올림픽이 중단될 가능성도 나온다. 무토 도시로 조직위 사무총장은 앞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증한다면 올림픽 취소 및 중지에 대한 논의를 주최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은 “우리들은 선수들을 믿는다”며 가능성을 일축했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역경을 극복하고 경기를 개최하는 그 안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 강행을 강조했다.

일본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사히신문은 23일 ‘표류하는 제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며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을 강행하는 의의를 반복해서 따졌지만, 주최 측은 내용 없는 미사여구만 늘어놓아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분단(분열)과 불신 속에서 막을 여는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도쿄에서 감염이 급속히 확산해 의료체계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중단ㆍ취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대회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도쿄올림픽을 1920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는 와중에 개최된 벨기에 앤트워프올림픽에 비교하며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 파티를 열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 세계 수만 명이 인구의 22%만 백신을 접종한 나라(일본)로 모여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지원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