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감염 즉각 판별 '신속항원키트' 준비하고도 청해부대 안 줬다

입력
2021.07.23 17:44
수정
2021.07.23 17:5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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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무실-청해부대 '소통 미흡'해 누락
"항원검사만 했더라도 대규모 확산 막아"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이천=뉴시스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이천=뉴시스

부대원 9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에서 올해 2월 출항 당시 감염 여부를 즉각 판별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챙기라는 지시를 받고도 실무진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원검사키트만 가져갔더라도 발병 초기 빠른 대처로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강도 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군은 23일 “지난해 말 국방부에서 시달한 ‘신속항원검사 활용지침’ 문서를 수령한 뒤 사용지침을 예하 함정에 하달했다”며 “문무대왕함에도 신속항원검사키트 보급 지시가 내려졌으나 파병 전 격리ㆍ실무 부대 사이에 확인이 미흡해 적재하지 못한 채 출항했다”고 밝혔다. 격리 부대는 출항을 앞둔 청해부대이고, 실무 부대는 해군본부 의무실을 말한다. 청해부대에 지급할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미리 준비했지만, 청해부대와 해군 의무실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 검사키트가 방치된 것이다.

당초 해군은 신속항원검사키트를 가져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사 정확도가 낮아 증상자 보조용 등 제한적으로 활용하라는 지침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본부 의무실이 언론 문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부가 시달했던 신속항원검사키트 사용지침 문서에 문무대왕함이 포함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청해부대 34진은 출항 당시 간이 검사 격인 ‘신속항체검사키트’ 800개만 함정에 실었다. 항체검사키트는 진단 대상자의 바이러스 보유 유무를 판정할 수 없고, 항체 생성 여부만 확인 가능한 장비다. 항체가 생기지 않는 감염 초기에는 당연히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청해부대는 감기 증상자가 속출한 이달 10일 전체 부대원 301명 중 40여 명의 신속항체검사를 실시했지만,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부실한 초기 진단은 271명이 코로나19에 걸리는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로 이어졌다. 감기 증상자가 급증했을 때 항원검사키트로 검사만 제대로 했더라도 신속한 격리 조치를 취해 추가 확산을 억제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경로 확인을 위한 민ㆍ관ㆍ군 합동역학조사단도 공식 활동에 착수했다. 합동조사단은 질병관리청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국군의무사령부 역학조사 담당 부서장이 공동단장을 맡고 민간전문가 2, 3명, 질병관리청 7명, 국군의무사령부 및 해군 8명 등으로 구성됐다. 바이러스 노출 상황을 평가해 전파 경로를 규명하겠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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