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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수당이냐" VS "누군가엔 생명줄" 이재명이 쏜 기본소득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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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생의 과제"로 "대통령 임기 내 반드시 실현하겠다."
제1공약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던 기본소득 정책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식화하면서, 정치권에 기본소득 찬반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 지사는 22일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19~29세)에게는 연 200만 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은 실험과 연구 단계에 머무는 수준이다. 석유 판매수입금을 나누는 미국 알래스카주 이외에 제도를 전면 도입한 곳은 없다. 그만큼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정치권에서도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야당은 물론 같은 편인 여당에서조차 공격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의 승부수로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대논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이 쏘아올린 기본소득 논쟁의 쟁점을 정리해봤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정책을 펴며 복지를 넘어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기본소득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뤄 '공정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이에 대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이 실질적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주장을 폈다.
"결국 국민 부담인 연 50조 원의 재정을 써서 모든 국민에게 월 8만 원씩 주는 것인데, 한 달 용돈 수준도 되지 않는 돈으로 국민의 삶이 과연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본소득이 아니라 전국민외식수당이라 부르는 게 낫겠다"고 직격하면서다.
최 전 원장은 그러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세금만 많이 들고 실질적인 복지 수준이 거의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를 확대하자는 생각에 동의하나 현금을 마구 뿌리자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복지 혜택은 필요한 곳에 적시에 제공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지사는 즉각 "현실을 모르는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단돈 몇 만 원이 없어 밥과 김치를 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료 시민이 적지 않다. 누군가에겐 푼돈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최소한의 생명줄"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은) 현실에 발을 딛고 제안하는 합리적인 경제 정책"이라며 "양극화 완화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복지적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지사는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고 저부담 저복지국가에서 중부담 중복지국가로 가는 대전환의 길"이라고 다시 강조하며 "전인미답의 길이라도 상처를 감수하며 나아가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인의 자세"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이 지사의 이 같은 포부에도 학계에선 기본소득의 복지 효과를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진보 진영에서 보건복지 전문가로 활동해 온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그의 저서 '기본소득비판'(밈 발행)에서 기본소득이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는 데 방해 요인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적어도 기본소득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①매달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상당한 액수를 ②지속적으로 지급해줘야 하는데 현재의 조건으론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는 것.
외려 '푼돈'만 던져 주고 알아서 버티라는 식이라면 더 많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 우려가 있고, 끝내는 '작은정부'로 가는 '트로이목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나라 망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온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이 부분을 꼬집는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쓰여야 할 국가 예산을 빼앗아 부자들에게 나눠주는 발상과 똑같다"고 직격했다.
결국 관건은 돈이다. '푼돈'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기본소득이라면, 양극화도 해소하고 성장을 견인할 동력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재원은 늘 한정적이다.
이 지사 공약에 따르면 임기 내 연간 59조 원(전 국민에게 100만 원, 청년에게 연 200만 원)이 들고, 2023년(전 국민에게 25만 원, 청년에게 100만 원 추가 지급)만 하더라도 약 2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자신만만하다.
이 지사는 조세 감면과 재정구조 개혁 등으로 각각 25조 원의 재정을 확보한 뒤, 이후 지급 규모 확대에 따라 필요한 추가 재원 확보는 국토 보유세와 탄소세 신설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집중됐다.
먼저 이 지사의 재원 대책을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한 정 전 총리는 "예산 절감으로 25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가 25조 원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전제가 우선돼야 한다. 무엇을 어디서 줄이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매년 25조 원을 낭비하는 정부가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도대체 어디서 얼마나 줄이겠다는 것인지, 그게 과연 실현 가능한지 따져 물은 것이다.
증세 대상으로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거론한 것을 두고는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만든 취지는 궁극적으로 토지에 대한 지대와 탄소배출량을 줄여 그 세금을 필요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려고 한다면, 두 조세 정책이 원래 의도했던 정책 목표가 실패해야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세 재정의 운용 원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아마추어적 주장들이다. 이 후보를 탓하기 전에 주변 정책 참모들을 꾸짖고 싶어진다"며 "이제 그만하자. 같은 당 후보로서 다른 당의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편치 않다"고 쏘아붙였다.
기본소득 비판에 대해선 말을 아끼던 이낙연 전 대표 측도 가세했다. 이낙연 캠프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이 지사의 정책에 대해 '가짜 기본소득'이라고 규정하며 "52조 원을 기존의 정부 재정에서 빼내는 일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수조 원의 재원을 마련한 일이 없었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탄소세에 대해서도 "탄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일 뿐 새로운 복지 재원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기본소득 토지세에 대해서도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차별적 기본소득은 "퍼주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국토보유세 관련 "부동산 불로소득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도시 근로자가 열심히 평생 일해서 대출금 갚아서 마련한 주택이 대통령 잘못 만나서 가격이 폭등하면 불로소득 환수 대상이냐"며 "나중에 가격이 떨어지면 보상해줄 것인가. 그렇게 해서 나눠 준다는 기본소득은 노동소득인가"라고 반문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기준 자체가 애매하고, 이를 환수해 전 국민에게 나눠 주겠다고 한다면 기본소득 역시 불로소득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윤형중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은 기본소득을 향한 민주당 안팎의 이 같은 비판들 역시 일부분만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탄소세는 기후위기란 현실의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과세이기 때문에 탄소배출이 줄면 세수입이 자연스레 줄어든다"면서도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 측면에서 탄소세를 언급한 것은 그것이 곧 기본소득의 핵심 재원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을 위한 탄소세가 아닌 탄소세를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탄소세를 도입한 유럽 국가들 중에 유일하게 탄소세율을 지속적으로 올려 탄소배출을 줄인 국가가 탄소배당을 적용한 스위스뿐"이라며 "저소득층에겐 난방비로 늘어나는 금액을 제대로 보전해야 탄소세 도입과 세율 인상이 가능하고, 그 방법은 탄소배당(기본소득)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위스는 탄소세로 거둔 재원의 65%를 전 국민에게 배당하고, 35%를 에너지 전환이나 기업의 산업 전환 비용에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같은 탄소세의 역진현상(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게 하는 상황)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연구자는 또 이준석 대표의 '기본소득=불로소득' 지적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보탰다.
그는 "공급이 제한적인 부동산 자산에 부과하는 보유세는 가격을 안정화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유용한 정책 수단이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정부가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으로 보유세를 부과하는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며 "이 대표가 유학했던 미국은 보유세 부담이 한국의 5배가 넘는다"고 꼬집었다.
윤 연구자는 이어 "기본소득도 결국 불로소득 아니냐는 질문도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불로소득을 환수해 분배하는 기본소득은 정부의 다른 복지 급여와 마찬가지로 공적 이전소득이다. 자산 차익에 의한 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하지,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기초연금을 불로소득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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