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고, 매너도 진 한국 축구

뉴질랜드의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 직후 한국의 이동경(울산)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MBC 방송 캡처

경기에서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 도쿄올림픽 첫 경기에서 패배한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경기 후 상대 선수가 청한 악수를 외면해 ‘비매너’ 꼬리표까지 달게 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에 0대1로 패했다. 후반 25분 뉴질랜드의 공격수 크리스 우드에게 실점을 허용했고,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경기 결과보다 더 아쉬운 장면이 경기 후 나왔다. 경기가 끝난 후 우드가 이동경(울산)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이를 외면하자 우드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뉴질랜드의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 직후 한국의 이동경(울산)에게 악수를 거절당하자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MBC 방송 캡처

이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비매너 논란'이 제기됐다. 경기 결과에 실망이 크더라도 함께 경기를 치른 상대 선수에게 매너를 지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MBC에서 해설을 맡은 안정환도 이 모습에 “매너가 좀 아쉽네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도 패배가 확정된 이후 충격에 빠진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이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상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실 이동경의 악수 거부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쿄올림픽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수들 간 포옹, 악수, 하이파이브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전 세계 운동 선수들이 화합과 우정을 다지는 올림픽 무대에서 상대 선수를 외면한 무례함이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며 그의 비매너를 질타하고 있다. 여러모로 할 말 없는 완패의 날이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