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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수장 만나는 美 국무부 2인자… 셔먼 방중 성사 배경은

입력
2021.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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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열 5위 내세운 중국 무례로 무산" 보도
실질 위해 격 양보하되, 베이징 대신 톈진 회동

웬디 셔먼(가운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이상철 관장으로부터 전사자 명비 관련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스1

웬디 셔먼(가운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이상철 관장으로부터 전사자 명비 관련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스1

중국이 외교 의전 관례를 무시하고 카운터파트로 외교부 서열 5위 인사를 제시하며 불발되는 듯했던 미국 국무부 ‘2인자’ 웬디 셔먼 부장관의 방중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더욱이 중국 외교부 수장인 왕이 외교부장이 셔먼 부장관을 맞는다. 대화 기회를 포기하기 어려운 중국이 격을 양보하되, 회담 장소를 수도 베이징 대신 톈진으로 정해 자존심을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셔먼 부장관이 25, 26일 중국을 방문해 톈진에서 왕 부장을 비롯한 중국 관리들을 만난다고 밝혔다. 이번 방중과 관련해 국무부는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과 솔직한 교류를 하려는 계속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은 물론 중국의 행동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중) 양국 관계가 주로 경쟁에 기반한 관계인 만큼 적대적 요소들이 있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우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요소들도 물론 있을 것”이라며 기후 변화, 아프가니스탄, 북한 문제 등을 미중 간 협력 가능성이 있는 이슈로 꼽았다.

중국은 15일 미 국무부가 셔먼 부장관의 동북아시아 순방 계획을 공개할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나라다. 일본과 한국, 몽골만 일정에 포함돼 있었다. 이를 두고 셔먼 부장관의 방중 협의 과정에서 중국 측이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 부부장을 대화 파트너로 내세우자 이를 무례한 거부 의사로 받아들인 미국이 아예 방문을 포기하게 된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한때 나오기도 했다.

셔먼 부장관은 올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을 방문하는 국무부 최고위급 인사다. 존 케리 기후특사가 4월 상하이에 가긴 했지만 셔먼 부장관이 그보다 상급자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중 최고위 외교 당국자들이 총출동한 3월 ‘알래스카 회담’ 뒤 두 나라는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홍콩·대만·남중국해 이슈, 사이버 해킹 등 각종 현안에서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특히 미국이 인권 등을 고리로 제재를 가하고 동맹을 포섭해 포위를 추진하는 등 대중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4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두샨베=EPA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4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두샨베=EPA 연합뉴스

수세에 몰린 중국으로선 상대적으로 돌파구가 더 절실한 처지였다. 미국을 상대로 신경전을 벌였지만, 결국 동급의 러위청 상무(수석) 부부장 대신 외교부 최고 책임자인 왕 부장이 직접 나서 셔먼 부장관을 대면하기로 한 데에는 이런 상황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격을 따지며 기 싸움을 하느라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한 베테랑 간 회동을 무산시키기는 쉽지 않았을 수 있다.

다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저자세’ 논란 소지다. 한 단계 낮은 미 당국자를 수도 베이징으로 초청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그래서 선택한 장소가 베이징에서 100여㎞ 떨어진 톈진일 수 있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비공식 회동으로 포장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진통 끝에 합의한 만큼 할 말은 하겠다는 중국의 뜻은 확고하다. 이날 밤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를 통해 셔먼 부장관이 톈진에서 셰펑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한 후 왕 부장을 만난다고 전한 중국 외교부는 “우리의 주권 안전과 발전 이익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밝히고 중국 내정 간섭과 중국 이익 저해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렛대는 협력 의제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자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바이든 정부가 신장과 홍콩 문제를 계속 이용하려 한다면 기후 변화 분야 등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착 중인 북핵 협상도 마찬가지다. 재개하려면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이 나서 줘야 한다.

다만 핵심 의제는 미중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셔먼 부장관의 이번 방중 기간 중 양측 협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향후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거쳐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권경성 기자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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