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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으로 부푼 마음을 음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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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시(B)와 미(E)에 플랫(♭)이 붙은 조표의 B♭ 장조를 색깔로 비유하자면 '장미색'이다. 조성을 색깔로 묘사하길 즐겼던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에 따르면 그렇다. 여기서 '장미색'은 새빨간 적색이 아닌, 핑크빛이 도는 자홍색에 가깝다. 핑크색은 보통 사랑과 희망을 상징한다. 실제로 이 조성에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부푼 마음이 담겨 있다.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B♭ 장조는 음악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낙관적이고 희망차며, 즐거운 조성으로 요약된다. 대표적으로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Die schone Mullerin)'에서 노래 주인공인 청년은 물레방앗간 주인의 딸을 흠모한다. 그녀와 결혼을 꿈꾸는 청년의 소망이 '방랑' '휴식' '초록빛 류트리본으로' 등에서 드러나는데, 모두 B♭ 장조의 가곡들이다.
장재진 기자(장): 하지만 청년의 사랑은 끝내 좌절된다. 가곡집 후반부 노래인 '시든 꽃'과 '젊은이와 시냇물'로 가면 조성이 E 단조, G 단조로 바뀌며 상실감이 표출되는데, 낙관적인 B♭ 장조 분위기와 대조된다. 특히 B♭ 장조와 G 단조는 같은 조표를 쓰는 관계조다.
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에서도 이 조성의 특색이 잘 나타난 장면이 등장한다. 주인공 사자 심바와 연인 날라가 '그대도 오늘 밤 사랑을 느끼나요(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라는 노래를 함께 부를 때다.
장: 연인 사이의 세레나데지만, 세상을 향한 벅찬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도 하다. '처음 조화를 이룬 완벽한 세상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하나가 된다'는 가사에서는 아가페적인 분위기도 느껴진다.
지: 18세기의 끝자락인 1791년으로 가보자. 모차르트는 그해 12월 작고했다. 건강 악화로 생의 불꽃이 사그라들던 시기였지만, 그해 초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27번(B♭ 장조)에는 희망이 샘솟고 있었다. 그 무렵 새 제자가 생기고, 작곡 의뢰가 늘어난 덕분에 생활고를 이겨내고 또 한번 도약을 꿈꿨을지 모른다. 특히 협주곡 27번의 3악장에는 앞날에 대한 희망과 설렘이 가득 깃들어 있다.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자신의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이 곡을 들려준다.
장: 1876년 브람스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인근 휴양지에 머물며 여유를 즐겼다. 그곳에서 현악사중주 3번을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브람스의 음악은 묵직한 편인데 B♭ 장조로 쓰인 3번만큼은 경쾌하다. 목가적인 풍경이 긍정적인 영감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5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클래식 레볼루션' 축제의 일환으로 '노부스 콰르텟'이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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